빛나는 인생을 위하여
오늘도 길거리를 정처 없이 헤맨다. 나는 왜 이렇게 공상이 심할까? 하루에도 몇 번씩 헛된 꿈을 꾸곤 한다. 당장 이 직장을 박차고 폼 나게 작가로 대성공하여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누리는 삶.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삶. 타샤 튜더처럼 대정원을 가꾸고 동화를 쓰며 사는 삶, 또는 유튜브의 피아니스트처럼 완벽한 연주곡을 녹음하며 피아니스트 유튜버로 전향하여 사는 삶, 아니면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여행작가로 사는 삶. 또는 은유와 함축의 마술을 부리며 아름다운 시인으로 살아가는 삶.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선택과 집중! 내겐 불가하다. 왜냐, 나는 욕심쟁이니깐. 근데 뭐? 내 이름이 뭐냐고? 내 이름은 바로 한우주! 온 우주를 품겠다는 뜻의 한우주!
내 나이 벌써 서른다섯. 내 주변 사람이 나를 보면 비웃겠지? 꿈은 창대하지만 현실은 비루한, 그저 그런 월급쟁이 회사원일 뿐이니깐. 온갖 것들을 껴안고 사면서도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는, 길가에 채이는 돌멩이보다도 더 못한 존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오늘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모니터의 시사뉴스를 보고 폭소를 터뜨리다가 갑자기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폭풍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나란, 인간! 언제쯤 정신 차릴래!
정말 이제는 뭔가 보여줄 때가 되었다싶다가도 여전히 A에서부터 Z까지를 왕복 유람하며 세상만사 온갖 것에 관심을 두는 나는 좀처럼, 한우물만 파는 기개가 부족하다. 요즘엔 글쎄 또 새로운 것에 빠졌다. Z페토 의상 만들기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나 어릴 적 그림판에서 의상 만들기 좀 해본 솜씨잖아!
잠깐 눈을 부친 사이 꿈을 꿨다. 내가 진짜로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내 이름 한우주처럼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올라 창백한 푸른 점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이얏! 밤하늘의 별이 된 라이카야! 너도 내 이름을 기억해줄래? 그렇게 칠흑 같은 어둠을 반짝이는 별이 되어 헤매던 달콤한 꿈은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와장창 깨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초라하고 비루한지. 그저 예술병에 걸려서, 뭔가 남다르고 특별한 줄 아는, 알고 보면 그저 흔해 빠진 수많은 장미꽃들 중에 한 송이에 불과한 그런 여자일 뿐이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에 압도되면, 마치 내가 나이아가라 폭포수 앞 한가운데에 와있는 것만 같다. 생이라는 경이로움, 눈부심에 감탄하다가 나란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고 하염없이 울게 되는... 난 그저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을 뿐인데... 세상은, 사람들은... “너는 명문대 학위도 없잖아.” “너 콩쿠르 수상 실적이라도 있니?” “너 등단은 했니?” “너 부동산은 어떻게 돼?” “너 남자 친구는 있어?” “너! 너! 너!” 그리고는 말한다. “거봐, 넌 아무것도 아냐. 넌 그냥 망상병 환자일 뿐이야.”라며 원투쓰리 펀치를 날린다! 쓰리! 투! 원! 완패! 그런 거였다. 세상은 증명해 보이길 원한다. 숫자와 금테를 두른 빳빳한 종이로!
그렇게 나는 오늘도 기쁨과 우울함을 롤러코스터 타듯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다가 엎드려 흐느끼다 잠이 든다. 나는 언제쯤 철이 들까? 새벽하늘을 날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창문을 닫고 잠이 드는 피터팬과 웬디처럼, 나도 나만의 네버랜드에서 유영하다 조용히 꿈나라에 든다. 나를 기다려줄 사람, 나를 믿어줄 사람은 오직 나뿐이란 것! 그렇게 나를 위로하는 새벽잠에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