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눈사람 만들자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 같아지고 싶은 마음,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 그것은 내 안에 숨겨둔, 마음속 깊숙이 검은 안개로 감춰둔 작고 여린 심장과도 같았다. 불그스름한 뜨거울 열기의 심장이 칼날에 베인 것과 같이 쓰라리고 쓰라린 마음은 어느새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공감받을 수 없는, 그 누구에게서도 이해받을 수 없는, 똑같아질 수 없는 존재의 허무함. 공허감이라고 해야 할까? 젓가락도 두 짝이 똑같고, 개천의 오리들도 둘씩 떼 지어 다니는데,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우주 한복판에서 영영 국제미아가 된 듯 그렇게 혼자 웅크리고 울고 있다.
인어공주는 왕자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고 걸을 때마다 면도날에 베이는 것과 같은 고통을 참고 또 참았다. 내가 사람들과 마주한다는 건, 인어공주의 용기와도 맞닿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끝내 물거품이 되더라고 간절히 원하는 마음, 간절히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 쓰라린 고통을 참으면서까지 끝끝내 닿고 싶은 그 마음이 왜 이렇게 아프고 사무칠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그 끝은 언제쯤 나타날까? 세계 일주도 32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끝내는데 내가 사람들을 향해서 가는 거리는 306,601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도착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홀든 콜필드라면 나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겠지? 그와도 결국엔 끝을 보고 말게 되는 걸까? 이제 모든 게 지친다. 지쳐.
그래! 사람들 말이 맞았어! 모든 건 내 문제야. 내가 문제야. 또르르.
샘과 데이브처럼, 나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결국 내 인생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할 수 있을까? 사실은 내가 번번이 코 앞에서 포기하고 말았던 걸까. 인생의 방향. 나는 지금 옳게 가고 있는 걸까? 도피와 회피를 일삼아오던 나. 용기 한 움큼, 사랑 한 움큼 손에 쥐고 돌진하면 되는 걸까? 또다시 내 앞에서 벽이 와르르 무너지면 난 어쩌지. 아, 두렵다. 두려워! 그래도, 난 개복치는 아니어서 다행이야!
사실, 말이야.
이게 바로 내 인생이었어!
나, 이런 사람이야!
나 이렇게 삶을 유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