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위의 진실, 무대 밖의 정의

연극 <프리마파시>, 그녀의 외침은 끝나지 않았다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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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엔 단 한 명이 있었다. 그러나 그 혼자만으로도 세상 전체가 흔들렸다. 씁쓸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연극이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단 한 사람은 바뀌었다. 바로 테사! 그녀는 촉망받는 변호사였고, 패배란 없던, 언제나 피고인을 승리로 이끌던 인물이었다. 성폭행 사건에서도 피해자를 기습적으로 심문하여 당황하게 만들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가 역설적이게도 성폭행 피해자가 되어 법정에 선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가 되고 나서야 깨닫는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지... 그들이 왜 스스로 증거를 없애버리는 행동을 하게 되는지... 왜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비일관적인지... 자신이 몸소 체험하며 피해자의 아픔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그를, 정작 가해자와 그의 주변인들은 자신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성공을 향해 거짓말하는 파렴치한 취급한다. 일부러 가해자를 무너뜨리려고 계략을 세운 마녀 취급을 한다. 이 연극은 묻고 있다. 왜 피해자만 고통받아야 하나요?


2019년 시드니 초연 이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거쳐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작품이다. 2023년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 신작 연극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날은 차지연 배우가 열연했다. 1인극은 처음 보기 때문에 숨 가쁘게 따라갔다. 2시간 동안 대사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테사와 혼연일체가 되어 연기 열정을 쏟은 배우에게 연극이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녀의 표정과 눈물에서 그녀는 진심으로 테사에게 깊이 공명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연극을 관람한 어떤 남자분이 악평을 써놓은 것을 보았다. 여자가 피해자가 되는 것에 심각하게 경계를 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물론 그분들의 심정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억울한 남자들도 분명 있을 테니... 하지만, 이 연극은 그런 일을 다룬 게 아니다. 진짜 피해를 입고도 반 미치광이쯤으로 몰리는 가여운 여성들을 위한 헌사다. 그녀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억울한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비록 법과 제도는 가해자들 편이지만, 테사는 상처 입은 가슴으로 외친다.



“내가 아는 건, 오직 어디선가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녀의 절규는 끝나지 않았다. 객석의 불이 켜지고, 우리는 여전히 같은 세상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테사처럼 바뀐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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