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보건교사 없는 우리 학교에서 보건 업무를 담당할 때, ‘담배 없는 학교’ 캠페인을 벌였었다. 그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학교는 ‘담배’가 없는 게 당연한 공간이어서 오늘 학업 중단 예방 자율 동아리 활동 시간에 5학년 학생들이 우리 반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선생님, 담배 냄새나요.”라고 했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날이 추워서 창문을 닫고 온풍기를 돌리니 나는 순간적으로 ‘혹시 교실 공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를 공격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오늘은 잘 빨아 입은 새 옷까지 입었는데, 뜻밖의 말에 순간 움찔했다. 예전에 동료 교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어, 지금도 가끔 그때의 트라우마가 불쑥 올라오곤 한다. 그때도 한 선배 교사가 새로 파마를 하고 들어선 내게 ‘냄새가 난다’며 핀잔을 줬고, 그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냥 흔히 우스갯소리로 하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면박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난 아이들의 말에 그만 내 머릿속 비상등이 먼저 울려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당황한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돌아간 후,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어떤 일이 있을 때 ‘사실’과 ‘해석’, ‘느낌’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학생들의 ‘담배 냄새나요.’라는 말에 ‘나를 무시한다’라는 해석을 곁들였고 ‘상처받는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후에 내가 “우리 학교에 담배 피우는 사람 없잖아?”라고 했을 때 “공사하시는 분들 피던데...”라고 학생들이 말했고 다시 되돌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의 ‘담배 냄새나요.’라는 말은 나를 신뢰한다는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처가 많아서 나를 편하게 여겨서 마음을 여는 걸 자꾸만 곡해할 때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우리 반 학생들에게 다시 사실을 확실히 확인한 후, 윗분들께 보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교는 금연 구역입니다.)
예전에 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가 상처가 생긴 자국에 자극이 스치면 더 아프다고 이야기했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내 마음은 현재 오랫동안 너덜너덜해져서 조금만 자극이 스쳐도 살갗이 까져서 피가 나는 것처럼 아프곤 하다. 하지만 한 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이 믿고 말해준 덕분에 내 마음도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내일은 오늘 말해준 학생에게 미처 말 못 한 ‘이야기해 주어서 고마워’라는 말을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