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나라에 많은 요정들이 살았어요. 요정들은 앙증맞은 발에 꽃가루를 묻히며 이 꽃 저 꽃 옮겨 다녔어요. 요정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쌍무지개가 수백 수천 개 피어오르는 모습과도 같았어요.
이 요정들 중에서도 엄지공주라고 불리는 요정은 유독 작았어요. 얼굴도 목소리도 작고 몸을 가냘파 바람 불면 날아갈 것처럼 연약했죠. 발도 어찌나 조막만한지 엄지공주는 좀처럼 꽃가루를 옮겨 꽃을 수분시키는 데 아무 보탬이 되지 못했어요. 그 대신에 엄지공주는 바람에 흩날린 꽃잎들을 모아 자신의 조그마한 방을 장식했어요. 때론 풀피리를 불던 이파리도 잘게 부서진 돌멩이들도 장식에 이용했어요. 그런데 이런 엄지공주를 나머지 요정들은 쓸데없는 짓만 한다며 놀려댔어요.
요정들이 오월의 어느 날 나비와 벌들과 함께 장미꽃 축제를 여는 동안에도 엄지공주는 참석하지 못했어요. 그 시간에 엄지공주는 방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안락하고 포근하게 꾸밀 수 있을까 골몰했어요. 가끔 지나가던 생쥐와 제비가 놀러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쥐와 제비마저도 엄지공주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먹을 음식이 필요했던 그들은 엉뚱한 일에 빠져 사는 엄지공주를 이해하지 못했죠. 그럴수록 엄지공주는 더욱더 혼자만의 세계에 빠졌답니다. 외톨이가 되어갔어요.
그러던 중에 요정 중에서 나이가 어린 초록왕자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요. 그 왕자는 매일 수분만 하는 삶에 지쳐갔던 거예요. 다른 요정들은 초록왕자에게 원래 요정들의 삶이란 그런 거라며 스스로 주문을 외워보라고 했어요. 날마다 다른 날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보라고. 하지만 초록왕자는 더 이상 기운이 없었어요. 일상이 지루하게만 느껴졌어요.
그즈음 엄지공주의 귀에도 초록왕자의 소식이 들렸어요. 초록왕자는 엄지공주가 짝사랑했던 요정이었어요. 엄지공주는 초록왕자를 돕고 싶었어요. 하지만 요정들은 엄지공주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정신 나간 엄지공주가 낄 상황이 아니라는 거예요. 엄지공주는 너무 화가 났어요. 요정들이 너무 미웠어요. 그래서 저주의 말을 퍼붓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혔어요.
그러다 겨울이 되었어요. 초록왕자는 여전히 몸저 누워있었어요. 이제는 다른 요정들이 초록요정마저 외면했어요. 엄지공주는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초록왕자에게 자신의 방에 초대하는 편지를 보냈어요. 편지를 받은 초록왕자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찾아갔어요. 기운이 없던 초록왕자는 다른 요정 두 명의 부축을 받아 엄지공주의 방에 찾아갔어요.
그들은 엄지공주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놀라서 문가에 서서 꼼짝없이 서있었답니다. 꽃잎으로 만든 색색깔의 침구와 소파, 이파리로 만든 커텐, 돌멩이로 만든 장식품들에서 오로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어요. 그것을 바라보는 초록왕자와 요정들은 알 수 없는 신비에 매료되고 말았어요. 그리고 초록왕자는 경이로움에 무릎을 꿇고 말았어요.
초록왕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엄지공주, 너무나도 다른 엄지공주! 너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싶다.” 다른 요정들도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세상에는 수분이 전부인 요정이 있다면 창조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요정도 있는 거야.”
그로부터 몇 달 뒤 초록왕자와 엄지공주는 결혼을 하게 됐어요. 초록왕자는 다시금 수분을 즐길 수 있는 창조적 발상을 엄지공주로부터 배우고 엄지공주는 초록왕자에게서 많은 친구들을 소개받았어요. 이렇게 꽃의 나라에는 평화가 찾아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