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훨훨~ 고민이 전혀 없다는 우리 반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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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훨훨~은 - 고민·걱정·단점을 종이에 적고(익명) 종이비행기로 접어서 모두가 비행기를 날린 뒤 하나씩 주워 읽은 후 위로, 격려, 조언을 적어 답장을 보내는 놀이다.


미래엔 출판사 사이트 엠티처에서 받은 자료로 5~6학년군이 최적의 권장학년으로 되어있지만, 업무추진 담당자로서 3~4학년인 우리 반을 데리고도 해보았다. 해본 결과, 3~4학년도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이런 활동을 할 때마다 생기는 문제점이, 내가 맡은 반 학생들은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오늘도 '고민이 없다', '고민이 없는 게 고민이다.', '저는 행복해요.' 이런 말들이 많이 나왔다. 내가 재작년에 3학년 단식학급을 맡았을 때도 이와 비슷한 활동으로도 '마음 항아리'활동을 했었는데 반 학생들이 하나같이 자기는 걱정이나 고민이 없고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했었다.


1-1.jpg 은근히 자랑하는 건가?^^;; 홍삼을 먹으라는 답장
2-1.jpg 우리 반에서 춤을 제일 잘 추는 아이의 고민
3-1.jpg 도저히 생각해 봐도 없다고...
4-1.jpg 우리 반에서 피아노를 제일 잘 치는 아이의 고민.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라는 답장이 귀엽다.


오늘도 학생들이 고민적기를 주저하기에 '편식이 심하다', '글씨체가 예쁘지 않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 등 평소 내가 걱정하는 문제점이나 단점에 대해서 넌지시 일러주어도, 자신들에게는 그건 고민이 아니라고 해서 다른 질문을 던져야 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묘책은 "고민을 상상해서 써보는 건 어때?", "내가 동물이라면 어떤 고민이 있을까?" 이런 식으로 질문을 바꿔주니 겨우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까지 고민이 없다고 쓴 아이도 있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는데, 내가 항상 따스하게 말해주고 격려해 주고 사랑 가득한 눈빛을 보내주니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것 같다. 나는 틀려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고 항상 긍정적으로 응원해 주는 말을 많이 한다. 학생들이 수다스럽게 떠들면 하나하나 귀 기울여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자존감이 저절로 높아진 것 같다. 원래도 자존감이 높았던 학생도 있지만, 2년 전에 우리 학급을 맡기 전에, 이 학생들이 1~2학년일 때 많이 싸우기도 하고 예의 없다는 말도 전해 들었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볼 땐, 가끔 투닥거릴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하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들이다. 장난기가 있고 수다스럽긴 해도 수업할 땐 집중하고 선생님한테 종알종알 자신의 이야기도 잘하고, 친구도 잘 챙기는 예쁜 아이들이다. 학생들의 가정환경도 안정적이어서 가정폭력예방교육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2년 동안 우리 반을 맡아서 나 또한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그래서 담임교사로 나도 행복한 2년을 보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자존감을 높여주고 반이 안전하고 행복할수록, 공격적으로 나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계속해서 헐뜯고, 다른 반과 비교하고 무례하게 구는 학생들도 많았다. 정신병적 증상이 의심될 정도로 불안이 심한 아이, 친구를 헐뜯고 고자질이 심한 아이,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아이, 선생님에게 무례한 아이도 많았다. 그땐, 모든 게 내 책임 갖고 너무 무너질 것처럼 힘들었지만,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할 수 없는 가정환경의 문제, 사회구조적 문제, 학교 시스템과의 불화등 다양한 요인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웃긴 건, 그런 아이들을 바로 전해에 맡은 담임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예쁜 학생들이라며 문제를 은폐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 나를 지치게 했다.


매년 2월이면, 어떤 업무, 어떤 학급을 맡을지 선생님들이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기다리는데, 진짜 복불복이란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올해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남은 교직생활에서도 지금 우리 반처럼 예쁘고 착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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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