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로 그린 그림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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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미술 시간에 이어 수묵화 그림을 그려보았다. 먼저, 첫 시간에는 먹의 농담과 점, 선의 변화를 살려 그림을 그리면서 수묵화 표현에 흥미와 자신감을 가져갔다. 붓을 누르는 정도에 따라, 먹물을 묻히는 정도에 따라 점과 선의 느낌이 달라진다.


그런데 2차시 만에 바로 그림을 그리려니, 연습할 때와 달리 본격적인 협동화는 그리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학생들이 처음 시작할 땐, 선뜻 붓질을 하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다가 한 명이 용기를 내니 그제야 다른 학생들도 용기를 낸다.


우리 반 학생들은 지난 시간에 '겨울 과일'을 그리자고 의견을 모았었다. 그래서 겨울 과일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막상 범위가 좁으니깐 쉽지가 않아서 다시 그냥 '과일'로 주제를 바꿨다. 그리고는 수박, 멜론, 딸기, 오렌지 등을 그려 넣었다. 붓도 두꺼운 붓, 가는 붓, 두 종류로 준비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였다. 완성도보다 학생들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작품이다.


수묵화 작품.jpg 수묵화 협동화 작품

활동은 마무리했지만, 남은 건 뒷정리다. 수묵화 그림을 그리고 나면 교실이 초토화가 된다. 먹물은 하수구에 그대로 흘려보내면 안 되기 때문에 신문지나 휴지로 몇 번이나 물을 적셔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 과정에서 사방으로 먹물이 튄다. 깔개로 썼던 달력종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손에 먹물이 묻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물에 헹구기 위해 물통이나 붓을 들고 화장실로 가는 과정에서 바닥에 먹물이 묻어 뒤따라다니며 깨끗이 닦아주어야 한다.


문득, 내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30대 초반이었던 담임선생님은 우리에게 짜증을 잘 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처럼 전담교과도 없던 시절에, 주 6일을 사춘기 시절의 6학년 학생들과 씨름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것 같다. 나는 특별히 선생님과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 시절이 유독 힘들었는데, 이제서라도 그 시절 선생님의 노고를 이해하고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버리려고 한다. 특히, 내가 다닌 학교도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처럼 작은 시골 학교였는데 누군가와 의논하거나 질문하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다.


결국 한바탕 난리를 치고 깨끗이 뒷정리를 하고 수묵화 단원은 이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뒷정리까지 깔끔히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해주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고 보면 오늘 뒷정리에 대한 주의를 단단히 주느라고 칭찬을 소홀히 했던 것 같다. 내일은 한 마디씩 격려의 말을 해주어야겠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