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by 루비

나는 살면서 종종 성과를 거두곤 했다. 그런 성취감이 나를 계속 성장에 대한 동력으로 이끈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중학교 1학년 때다. 나는 한 학년에 두 반 있는 면단위 작은 초등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읍내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자 한 학년에 8반이고 한 반에 45명이나 되었었다. 그래서 처음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받았을 때 처참한 성적을 받았다. 전교생 400여 명중에 99등을 한 것이다. 초등학생 땐 거의 1,2등만 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우리 반은 출산휴가 들어가신 담임 선생님 대신 임시 선생님이 계속 바뀌면서 체벌도 심하고 학생들의 패거리 싸움도 심하고 힘든 반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1년 동안 꾸준히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다음 시험에서는 55등, 그다음 시험에서는 44등을 하더니 마지막 2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전교 22등을 했다. 아직도 신기한 게 4번 다 같은 숫자가 쌍으로 나열된 기록이어서 정확히 외우고 있다.


이런 일은 고등학생 때도 있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자 난 또다시 좌절했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다른 시에 있는 인기 학교로 진학하자 한 학년에 19반이나 되었다. 나는 전교 성적은 기억도 안 나고 반 성적이 15등이라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첫 시험이라 당황하고 공부도 못했었다. 그래서 심기일전하여 2학기 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였더니 갑자기 반 3등으로 성적이 뛰었다. 그러면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2학년 때는 지필고사를 치면 선생님이 성적표를 교실 앞판에 게시하곤 했는데, 언제나 내 성적은 100점이었다. 전 과목 100점이었으면 성적이 더 많이 올랐을 텐데 아쉽게도 한 과목 낙제과목도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서 중3 때 고입 연합고사를 합격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할 때이다. 그때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사자성어를 공부해 오라고 미리 과제를 내주었다. 나는 그와 동시에 사부작사부작 개인 홈페이지 세계에 빠졌었다. 온라인으로 독학하여 HTML태그도 공부하고 ‘어린 왕자’를 주제로 개인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내가 문학을 좋아해서 자주 가는 홈페이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내 홈페이지 운영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 대한 PR을 매우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우리 학교 홈페이지를 담당하시는 분이었는데 나는 1년 동안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자습시간에 고전을 읽고 있으면 친절하게 말씀을 건네시는 분이었는데도 선생님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두려움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어떤 성과를 내고 좋은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하면,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 하고 나, 또는 연인이 있으면 그 사람들이 전부라고 말하곤 하니까. 깎아내리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다른 경우에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런 경쟁사회에 대한 피곤함으로 나 자신을 껍질 속에 숨기는 방향으로 성장해 온 것 같다.

물론, 나는 못하는 것도 많다.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크게 특출 나지도 않는데 왜 모든 이에게 칭송을 받고, 어떤 이는 인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작은 결함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비난을 받아야 할까? 나는 그 차이가 궁금했다. 하지만 깨달았다. 그건 입 밖으로 낼 수 없음을... 그건 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룰이라는 것을... 그러면서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모두가 상처받는다는 것을...


나는 그래서 ‘은유’의 방식을 좋아하게 됐다. 옛사람들도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를 여러 문학이나 마당놀이 등 예술활동으로 펼쳐왔듯이... 그것은 말하고 싶어도 가슴에 울분을 가득 담은 채 입막음당해야 했던 억울한 사람들의 유일한 해소처임을...

그런 식으로 역사는 굴러왔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여전히 거친 야생마처럼 날 것의 글을 쓰기도 하지만, 점점 더 아름다운 은유의 세계로 진입하고 싶다. 그러면서 나의 깊숙한 마음을 그 누구도 상처 없이 아름답게 표현해내고 싶다. 그게 바로 창조적인 예술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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