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한국땅을 떠나 머나먼 런던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손에는 비행키 티켓이 들려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채원은 혼자다. 채원은 피식 웃으며 혹시 우연히 로맨스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렴 중요하지 않았다. 채원은 지금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날이라 새 구두를 신었다. 발이 조금 아프지만, 어차피 비행기 안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건데 어떠냐 싶었다.
13시간을 날아가 밤 10시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날아와 묵을 곳도 없는 상태였다. 넓은 공항이 마치 망망대해처럼 느껴졌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어떡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던 채원은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뭔가 길이 보이질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호텔은 한 박에 200파운드. 채원은 손사래를 저으며 차마 그 가격엔 묵을 수 없다는 것을 단호히 밝혔다. 아직 취업도 안 한 대학생이 혈혈단신으로 여행 온 것만으로도 기적인데 그 많은 돈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어라? 옆에 남자의 손에 한국어 책이 쥐어져 있다. “한국 분이세요?” “네. 묵을 곳을 찾고 있어요.” “저도요.” “여기는 좀 비싼 것 같네요. 어플을 이용해서 한인 민박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게스트하우스나.” “네. 감사합니다.” "이름이 뭐예요?" "채원이에요." "그럼 좋은 여행하세요.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겠죠." 그렇게 짧은 몇 마디 나누고 헤어졌다. 그렇게 1시간을 공항을 더 배회했다. 발꿈치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다리를 쩔뚝쩔뚝 걸으며 간신히 한 카페에 들어갔다. 휴대폰이 꺼져서 채원은 공항 카페에 앉아 충전부터 하였다. 결국 남자가 조언해 준 대로 한 한인민박집과 연락이 닿았다.
1시간 후에, 채원은 공항철도를 타고 유스턴역으로 가서 내렸다. 한인민박 스태프들이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저희만 따라오세요.” 한인민박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이럴 수가. “아니, 아까 그?” “아, 채원 씨?” 둘은 그렇게 재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