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선택

마흔의 나이에 결혼이란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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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결혼 생각이 크게 없다. 물론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꼭 해야 된다는 의무감으로 가득 찬 것도 아니다. 웨딩드레스를 예쁘게 입을 나이를 지난 지도 한참이다. 사실, 핑계 같지만 결혼하려고 마음먹으면 어렵지 않은 것도 결혼 아닌가? 세상에 못한 결혼은 없다고 생각한다. 안 한 결혼만 있을 뿐이지.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뻔하지 않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나서. 이게 결혼을 못했다는 정의가 되는 건가? 그러기엔, 대부분의 결혼이 그다지 부럽지도 않다. 내가 원하는 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지, 대충 조건 맞춰서 때맞춰서 하는 결혼이 아니니깐.

내가 생각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진짜 능력자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결혼을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거나 재산 증식 목적으로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깐. 사랑을 택한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있거나 적어도 비굴하게 돈 앞에 굴복하지 않을 능력이 있다는 의미니깐.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는 사랑은 사치라고 했지만, 사랑이 정말 사치일까? 사랑이 없는 결혼은 결국 자기 생을 스스로 무덤으로 끌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삶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 섣불리 결혼하지 않는다.


한비야 님은 60에 결혼하셨다. 당차게 자기 인생의 청춘을 즐기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네덜란드 동업자와 늦은 나이에 사랑을 이루셨다. 나는 그 모습이 훨씬 멋있어 보였다. 쉽게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고수하고 합리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본받고 싶어졌다.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를 정원처럼 꾸미고 취향을 담은 물건들로 꾸민 소박한 집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온갖 명품과 허례허식 가득한 혼수품의 교환장이 된 결혼보다 더 근사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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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바람피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결혼이란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겠다는 서약 아닌가? 알랭드 보통이 <사랑의 기초>라는 소설에서 말했듯이 결혼을 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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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합니다. 당신에게. 오직 당신에게만 실망할 것을 맹세합니다. 내 후회의 유일한 대상이 '당신'일 것을 맹세합니다. 당신만 아니었더라면 평생 수없이 바람을 피웠을 거라는 후회의 본보기일 것을 맹세합니다. 지금까지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불행들을 탐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한 몸 바쳐 희생하기로 선택한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배우자 외에는 어떤 사람에게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결의와 진심 어린 사랑이 우선인 것 같다. 그래야 수십 년간의 길고 긴 굴곡진 삶을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결단을 쉽게 할 수는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리고 정이현 작가가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쓴, 또 다른 <사랑의 기초>에서 한 말처럼 행복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랑의 기초 연인들.jpg


말은 언제나 흘러넘쳤다. 그들은 말하고 또 말했다. 사랑할 사람을 찾아 헤매었던 유일한 이유가 마치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였다는 듯.

대화야말로 가장 원숙하고도 낭만적이고 설렘 가득한 감정교류라고 생각하니깐….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지체 없이 결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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