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게 보낸 하루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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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고 심심하게, 달빛 아래서 술 마시기


심심하게 앉아 천천히 책상을 정리하고, 옷장 열어서 오래된 옷들을 차곡차곡 개어놓으며, 책장 앞에 서서 곰곰이 생각하면서 처분할 책을 솎아내다가 잊었던 양서를 꺼내 들고 그 자리에서 읽어도 하나도 마음이 바쁘지 않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그래서 오래전부터 해왔던 겁니다. 철마다 천천히 장을 담가 한가하게 독을 열어보고, 한 주일에 하나씩 맛깔스런 김치 조금씩만 담아내고, 꽃씨 뿌려서 싹트는 것과 꽃피는 거 살펴보고, 하루에 한 끼는 신선한 야채와 해물로 한 접시씩 요리해서 맛있게 먹기. 핸드폰을 끄고 예전에 우리가 들었던 좋은 음악을 골라 친구에게 음악 메일을 보내며 잔잔한 일상을 알리는 그런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날의 바람결에 관해서라든가 내리는 비를 맞고 선 가을 나무에 관해서, 밤에 관해서 별에 관해서 혹은 언젠가 우리가 밤을 새워 이야기한 오래 전의 희망 같은 것을 적어 보내면, 그러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뒤죽박죽 된 CD장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노래를 하나씩 들어보는 날, 그게 누군가를 오래 기다리던 겨울날의 기억을 불러내거든 겨울날 그를 기다리며 마셨던 커피를 새로 끓여 마시고, 그 음악이 어떤 사람과 헤어진 후 나를 달래는 밤에 들었던 곡이라면 그대로 거실 바닥에 누워서 그날들의 슬픔을, 이제는 상처가 아물어서 언뜻 감미로워진 상처를 생각하면서 뒹굴거리고, 그런다면 행복할 수 있겠다고.

그러다가 인사 한 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미안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던 기억은 남아 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도 다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랑했던 일과 서로를 아껴주던 시간은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함께 바라보던 별들과, 함께 앉아 있던 벤치와, 함께 찾아갔던 산사의 새벽처럼 가끔씩 쓸쓸한 밤에는 아무도 몰래 혼자 꺼내보며 슬며시 미소 짓고 있다고,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공지영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 …



처음 공지영 작가의 이 글을 읽었을 때, 나도 이렇게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따라 해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오늘도 옹졸해진 내 마음에 여유를 갖고자 작은 사치를 부려봤다.


1. 뉴에이지 음악 듣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hMnILp9IghzqxyGUIX-a4afGyVxhqqkY&si=PF59cbFb9TAFi_WF

저는 유키구라모토의 forest란 곡을 제일 좋아하구요. 유키구라모토의 Romance와 케빈 컨의 Le jardin을 연주할 수 있어요.(악보 보고) 스티브바라캇의 Rainbow Bridge를 듣고 너무 좋아서 도쿄에 가서 Rainbow Bridge를 보기도 했어요.(멀리 오다이바에서) 저는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면 종종 뉴에이지 음악이나 클래식 곡을 틀어줍니다.


2.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주문하기

오늘은 기차를 탈 일이 있어서 서울역 Terarosa에서 주문. 새로 오픈해서 처음 가봤다. 서울역에 있는 카페들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3. 지브리 애니 보기(가구야 공주 이야기)

가구야 공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인생과 청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안 좋아하지만 그다지 슬프게 느껴지지 않은 건,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워서인 것 같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아무리 슬퍼도 의미가 있고 아름답다면, 낭만적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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