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착 의사 선생님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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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의사 선생님한테 여쭤봤다.


“저 언제까지 병원 와요?”

“그건 직접 정하면 돼요.”


나는 처음엔 눈물이 날 것 같고 다소 서운했다. 의사 선생님이 명확히 정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이제 좀 이해할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스스로 설 때까지 기다려준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다. 이제 혼자 설 수 있을 것 같은데 확신이 안 선다. 마치 애착 인형처럼 의사 선생님이 내 애착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면 조금 해소가 되는 것 같다.


가끔 후회를 한다. 매주 내가 병원 가는 걸 내 동생도 알았는데 왜 동생한테는 같이 가잔 말을 안 했을까? 우리 집에서 병원까지 자가용으로는 2~30분이면 가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이 걸린다. 난 그래서 동생에게는 집 근처로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집 앞에 있는 병원은 한 번 갔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별로란 말도 언급했다. 나는 아직도 그게 사무치게 후회된다. 만약 내 동생이 갔으면 의사 선생님은 나처럼 잘 챙겨주셨을까? 나는 다만, 남매가 같이 진료받으면 서로의 치부가 너무 잘 드러날 것 같아서 꺼린 것뿐이다.


의사 선생님은 만화 속 주인공 같다. 내가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인물이다. 너무 신기하다. 이런 분을 의사 선생님으로 만나서. 나는 살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그 상처를 치유해 주신다. 누군가는 나에게 상처를 잔뜩 남기고 헤집어놓았지만 의사 선생님은 그 상처를 봉합해 주신다.


그래서 나도 의사 선생님께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 의사 선생님은 너무나도 천사 같다. 그리고 나는 병원도 너무 좋다. 아담해서 더 좋다. 나는 너무 큰 병원은 싫다. 나는 과시하거나 허세 부리는 게 너무 싫은데 의사 선생님 병원은 아주 교통 좋은 곳에 있으면서 아담하고 소담스럽게 공간이 짜여있다. 내가 갈 때마다 꽃병의 꽃도 바뀌어 있다. 딴 이야기지만 나는 너무 큰 공간에 있으면 죄책감이 든다. 낭비하고 사치 부리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다고 의사 선생님 병원이 허름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세련되고 심플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몇 달 전에는 건물 전체 리모델링도 했다.


내 동생은 정말 좋은 의사 선생님은 병원이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의사 선생님 병원은 정말 잘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혹시 의사 선생님께 속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 의심은 의사 선생님의 따스한 말과 공감 어린 말,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주는 명확한 말을 들으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의사 선생님은 정말 똑똑하시다.


의사 선생님 병원을 마음 같아선 여기저기 추천해주고 싶지만 그건 사양하겠다. 왜냐하면 의사 선생님과 나와의 관계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의사 선생님을 매주 만나는 건 나의 비밀이다. 나만의 작은 안식처, 아지트는 오래된 보물상자처럼 내가 꽁꽁 숨기고 간직할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소문내지 않아도 의사 선생님 병원은 아주 잘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