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동체에 대한 기록
나는 인맥이 넓지 않다. 사람 만나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 만나는 것은 좋지만 관계를 쌓는 건 망설임이 따른다. 섣불리 친해지려다 상처를 입은 경험이 많아서다. 나도 한때 여러 모임에 속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지독히 인생에서 쓴 잔을 맛보아야 했다.
첫 번째는 내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다. 나는 학창 시절, 굳이 공부 잘하는 친구들만 가려서 사귀지 않았다. 어떡하다 보니 옆 자리에 앉아서, 집 가는 방향이 같아서, 성격이 비슷해서 사귀었던 것 같다. 나도 공부를 최상위권으로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들이 재수 삼수할 때, 교대에 19살의 어린 나이에 입학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비꼬고 비아냥거렸다. 재수하던 친구는 찾아가서 응원해 주어도 마치 너는 지금 대학 생활을 누리니 이런 여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나를 밀어내서 마음이 힘들었다. 그 친구는 후에 삼수 끝에 대학에 합격하고 다시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반면 그 외 나머지 친구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금전적으로 의존하려고 하면서 정작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단톡방이나 여러 모임에서 배제하고 나를 들러리 세워서 결국 모두 손절하게 되었다. 그 친구들은 한때 타진요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나와 의견이 맞지 않았다. 타블로는 모함받는 것 같다는 내 생각과 달리 그들은 타블로는 분명 학력을 위조했을 거라고 주장했고 우리는 여러 의견 차이로 결국 친구 관계를 끝내야만 했다. 사실 추억도 그리 많지 않아서 지금은 속 시원하고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두 번째는 내 대학 동기 모임이다. 나는 교대에서 음악교육을 심화전공했다. 나는 졸업연주회가 너무 하고 싶어서 1 지망으로 선택해서 들어간 과였다. 무교였던 나와 달리 우리 과에는 생각보다 1 지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예배를 즐겨서 선택한 크리스천이 정말 많았다. 그들은 내가 피아노실에서 유키구라모토 음악을 연주하면 사탄의 음악을 연주한다고 했고, 지브리 애니를 좋아하는 걸 보고 유치하다고 헐뜯었다. 그러면서 모든 걸 하나님의 중심으로 생각하며 어떻게든 그들과 함께 서고자 성경 공부도 하고 예배도 참석하려는 나를 불순하다고 매도하며 적대시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며 개신교에 대한 실망감은 점점 쌓였고 지금은 천주교로 개종했다. 내가 4학년 때, 졸업연주회를 한 건, 너무나 큰 기쁨이었지만, 가끔 크리스천으로 가득한 우리 과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국어과나 미술과를 갔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기도 한다. 이미 지난 걸 되돌릴 순 없으니 앞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고 싶다.
세 번째는 클래식 모임이다. 나는 대구의 한 음악감상실에서 꽤 오랫동안 클래식 감상 모임 활동을 했었다. 그 모임에는 교사, 약사, 음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함께 1시간 정도 클래식을 감상하고 모임이 끝난 후, 함께 식사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그런 모임의 단점은 누군가가 불문율을 깨고 이성적인 호감을 나타내면 깨지는 것 같다. 그렇게 모임은 해체되었다. 한때의 추억으로 남았다.
네 번째는 독서 모임이다. 나는 직장인이 되고서부터 독서 모임을 종종 나가곤 했다. 내가 이십 대 중반에 다닐 때만 해도 독서 모임을 나가는 건, 쑥스러움이 동반된 활동이었다. 주변에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잘 안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작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서 모임에 대한 자부심도 커지고 활성화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모임은 즐겁고 재밌지만, 소속감은 얕아서 아쉽다.
다섯 번째 모임은 손바닥 동시 동인회 모임이다. 낙동강 동시 연수회에서 우연히 유강희 시인님을 알게 되었고 그때 모임 홍보를 듣고 가입하게 되었다. 작년엔 창립기념 시화전도 열었다. 모임이 주로 전주에서 열려 가는 길이 멀고 힘들지만, 동시라는 매개체로 모인 모임이라 끈끈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내 입맛에 딱딱 들어맞을 순 없는 것 같다. 100%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도 모임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CEO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한때 글쓰기 모임과 동화 읽기 모임도 잠깐 만들었지만 금방 접고 말았다. 아직은 내가 운영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서다. 그럼에도 여러 모임에 참여한 경험을 쌓아서 언젠가는 정말 주도적으로 나만의 모임을 운영해보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예술과 생각을 나누던, 벨에포크 시대의 살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하게 행복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넘어지고 깨지고 상처를 입으며 생긴 굳은살 위에서야 비로소 단단한 내가 만들어지고, 그때서야 행복은 선물처럼 찾아올 것이다. 그를 위해서 계속 부단히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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