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영이의 마음 이야기
아침에 눈을 뜨니 창가에서 빗소리가 들려옵니다. 영이는 순간 마음이 아찔해집니다.
‘아, 오늘 비 오네. 우산 어떡하지?’
영이는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영이야, 아침 먹어.”
“네. 엄마.”
하지만 영이의 목소리는 풀이 죽었습니다.
“엄마? 나 오늘 우산 어떤 거 써?”
“어떤 거 쓰기는. 우산이 얼마나 많은데.”
“또 그 칙칙한 색?”
“얘. 이것도 좋은 거야. 튼튼하고 얼마나 비를 잘 막아주는데...”
“휴...”
영이는 엄마가 준 남색 장우산을 들고 길을 나섭니다. 학교에 우산을 쓰고 가는데 친구들은 노랑우산, 분홍 우산, 형광 우산 등 알록달록 밝은 색의 우산을 쓰고 있어요. 영이는 자기 우산만 예쁘지 않은 것 같아서 너무 속이 상합니다.
‘나도 예쁜 우산 쓰고 싶다.’
우산 아래에서 영이는 마치 혼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영이는 속상한 마음에 학교에서 하루 종일 집중이 되질 않습니다.
“영이야, 무슨 생각해?”
선생님이 영이를 부르는 소리도, 친구가 툭툭 치는 것도 눈치 못 챌 만큼 멍하니 우산 생각에만 빠져 있습니다.
딩동댕동-
학교를 마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햇볕이 쨍하고 밝아있습니다.
영이는 문득 한 가지 묘책이 떠오릅니다.
‘이 우산을 잃어버린 척하고 여기 교문에 두고 오자. 그럼 엄마가 새로 사주실 거야.’
영이는 학원버스를 기다리면서 우산을 놓고 갈 생각으로 기분이 조금 나아집니다. 학원 버스가 오자 영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산만 내려놓고 버스에 오릅니다. 영이는 골칫거리가 사라진 것처럼 통쾌한 기분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또 비가 내립니다. 장마철이라 매일 같이 비가 오네요.
“아이고, 요새 비가 그칠 줄을 모르네. 영이야, 오늘은 우산 잃어버리지 말고 꼭 챙겨 와”
영이는 엄마가 건네준 남색 우산을 받아 들고 망연자실합니다. 엄마는 남색 우산이 도대체 몇 개나 있는 걸까요?
영이는 터덜터덜 남색 우산을 쓰고 학교로 향합니다. 빗소리가 마치 영이의 구슬픈 마음을 대신 표현해 주는 것 같습니다.
“영이야, 같이 학교 가자.”
“으응.”
“너 왜 그래?”
“아니, 기분이 좀 안 좋아서.”
“뭐 때문에?”
“우산 때문에...”
“응? 우산이 왜?”
“아니야.”
영이는 오늘도 기분이 좋질 않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비 좀 그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오후가 되어 비는 또 그쳤습니다. 영이는 이번에도 잃어버린 척하며 우산을 교문 앞에 두고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왔다 갔다 서성이며 망설이다가 결국 우산을 두고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엄마는 다시 한번 야단법석입니다.
“아이고, 영이야. 우산을 또 잃어버렸어? 정말 왜 이러지?”
엄마는 이번에도 남색 우산을 건넵니다. 영이는 눈물이 터져 나옵니다.
“엄마, 나도 예쁜 우산 갖고 싶어. 알록달록 예쁜 우산 갖고 싶단 말이야.”
영이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우산도 없이 쏟아지는 비를 펑펑 맞습니다. 엄마가 기다란 장우산을 들고 나와 영이를 꼭 안아줍니다.
“영이야. 그랬구나. 엄마가 영이 마음을 몰라줬네. 미안해.”
“흑흑.”
그렇게 영이와 엄마는 한참 동안 우산 속에서 껴안았습니다.
그날 저녁, 영이 엄마는 영이를 데리고 문구점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예쁜 무지개색 우산을 하나 사주었습니다.
“영이야, 이 우산 정말 잘 어울린다. 우리 영이가 쓰면 정말 예쁘겠는데?”
“정말?”
“응. 내일 꼭 비가 와야 할 텐데.”
“아, 정말 신난다.”
영이와 엄마는 기쁜 마음으로 문구점을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