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되지 않기로 했다

일투성이 제아를 읽고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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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투성이 제아는 동생이 셋이나 된다. 남동생 한 명과 쌍둥이 여동생 둘. 그래서 돈 버느라 바쁜 엄마아빠만큼이나 제아 역시 동생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바쁘다. 이런 이유로 지혜의 초대에 가지 못했고 친구 관계가 삐걱거리게 된다.


나도 문득 대학 새내기시절이 떠올랐다. 친구들보다 한 살 어렸던 나는 19살이라 새내기 시절에 술자리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언제나 민증을 요구하면 나 때문에 쫓겨나야 했으니까. 알바도 할 수 없었고 버스요금은 대학생 요금을 내면서 대우는 청소년 대우를 해줬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크리스마스에 친구들끼리 파티를 하기로 했다. 나는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는 처지라 엄마에게 말씀을 드렸지만 엄마는 갑자기 줄 수 없다고 했고 나는 친구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 길로 친구들은 내 사정도 들어보지 않고 나의 모든 연락을 거부하고 따돌리기 시작했다.


제아의 친구, 지혜와 수연이는 항상 인기 있는 친구 주변에만 머물렀고, 친구가 없거나 혼자 있는 아이는 없는 사람 취급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부류가 많다. 이런 점이 우리 사회의 잔인한 점 같다.


황선미 작가는 자주 소외된 아이나 외톨이인 아이를 동화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자전적 경험도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황선미 작가의 에세이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 내용이다. 나 또한 그런 시절을 보냈기에 이 동화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결국 제아는 자신을 무시하고 따돌리는 지혜와 수연이 아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친구관계를 이해득실로 바라보는 지혜와 수연이 아닌,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찾아가는 진짜 내면이 풍부한 친구들을 새롭게 사귄다. 댄스를 즐겨하는 연주, 운동을 잘하고 그림동화를 즐겨 읽는 은조가 제아의 새 친구들이다. 제아를 힘껏 응원하면서 이 동화책을 덮게 된다.


나 또한 인간관계는 가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머물러서만은 사람은 발전하지 않는다. 제아의 새로운 모습에 지혜와 수연이가 다시금 찾아오지만, 제아는 섣불리 낡은 관계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건 제아가 한 뼘 더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이 다른 사람은 함께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이 동화를 통해서 위로를 받았다. 내 주변 인간관계가 많이 변했지만, 내 생활권을 확장하고, 자아가 성장해 감에 따라 주변 사람들도 풍경도 바뀌게 된다. 예전에는 옆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면, 이제는 내가 스스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선택한다. 정말 배울 점이 있는 사람, 멋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사람, 마음이 따듯한 사람 같은!


일투성이 제아는 마치 재투성이 아가씨인 신데렐라처럼 구박만 받고 일만 하는 처지 같았지만, 사실은 책임감 강하고 씩씩한 아이였던 것처럼, 나 또한,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가짜 나를 버리고 좋은 사람들과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싶다. 그럴 때, 껍데기 같은 인간관계가 아닌, 알곡처럼 알찬 인간관계가 주변에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