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작가의 <찰랑찰랑 사랑 하나>
※ 책의 주요 장면이 언급됩니다. 감상 전이라면 참고해주세요.
찰랑이의 슬픔 하나, 찰랑이의 비밀 하나에 이어 찰랑이의 사랑 이야기까지. 오늘 세 번째로 읽은 황선미 작가의 찰랑찰랑 시리즈의 사랑 이야기는 정말 상큼했다. 나도 이런 사랑하고 싶을 만큼...
나는 마음이 아플 때면, 그때그때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하곤 한다. 막심 므라비차의 음악을 들을 때도 있고, 이불속에서 잠만 잘 때도 있고, 반려견을 안고 있을 때도 있고... 오늘은 이 모든 걸 하다가 마지막엔 역시나 황선미 작가의 동화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이름은 봄인이고 찰랑이는 별명이다. 머리카락이 찰랑찰랑 거리면 산뜻하고 예뻐 보이듯이 봄인이에게 정말 찰떡인 별명 같다. 봄인이의 부모님은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 하는 의사지만 <찰랑찰랑 비밀하나>에서 어쩌면 진짜 아빠는 삼촌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난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가면서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한국땅에 남겨놓고 몇 년씩 해외봉사를 가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친부모가 아니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동심파괴인가.
찰랑이는 친하게 지내는 친구, 영모에게 고백을 받는다. 하지만 한 번도 영모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고백을 받아본 입장에서 찰랑이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나는 짝사랑만 해와서 고백을 받으면 이제 받아주어야 하는 건가 심각하게 존재론적 고민으로 흔들렸다. 그런데 찰랑이가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친구 사이로 남길 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심이 됐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사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찰랑이에게 첫사랑이 생긴다. 바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만나러 간 요양원에서 우연히 만난 아역배우 남재민. 맞춤법은 좀 엉망이지만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고 당당하고 제멋대로인 성격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찰랑이. 왜 여자들은 이렇게 제멋대로인 남자들에게 끌리곤 하는 건지... 하지만 함정은 그런 남자들이 아주 예의가 없거나 정 없는 사람들은 아니란 게 문제다.
이 이야기는 찰랑이의 첫사랑을 열린 결말로 남겨두어서 더 여운이 남는다. 내 생각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찰랑이의 재민이에 대한 마음은 마음으로만 남을 것 같다. 그건 재민이가 전국의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찰랑이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으니까. 사랑을 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 깊이 탐구하게 되고 언젠가는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는 멀어질 용기를 갖고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좋아해 줄 사람을 기적처럼 만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찰랑이가 계속해서 할머니, 삼촌, 영모, 재원이 등 가족과 친구들과도 소중한 관계를 가꿔가며 멋진 숙녀로 성장해 가길 기대해 본다.
“나를 나만큼 좋아해 주는 친구만 있으면 세상을 다 얻는 거라고. 그러면 아무리 속상해도 세상이 살 만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