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

by 루비

그랬구나.... 결국 그 사람과 헤어졌구나. 그래서 네가 요새 그렇게 힘들어했구나. 선생님은 그것도 모르고, 요즈음 왜 이 모양이냐고 너를 닦달만 했구나. 미안하다. 나는 몰랐어.

힘 내. 이 한마디, 네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지금 선생님으로서는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구나. 힘 내.

요즘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지? 공부는커녕 밥 먹고 물 마시는 것조차 너무 힘들다고, 길을 걷다 마주친 그 사람과 관련된 작은 기억의 조각에도 울컥 열병이 다시 도진다고, 그래서 담배를 배우고 술이 늘었다고... 뭐에 중독된 사람처럼 블로그와 미니홈피에 접속해, 혹시 그날 이후 그가 방문한 흔적이 있는지만 찾고 있다고, 그러다 남아 있는 예전의 사진이며 글을 보며 시도 때도 없이 한바탕 눈물을 쏟아야 한다고. 그런데도 간간이 들려오는 그의 소식은.... 뜻밖에도 너무 잘 지내는 것 같다고. 나는 이렇게 아픈데, 나는 이렇게 아픈데...

너무 아파하지 마, 이런 말로는 네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걸 내게 문신처럼 남아 있는 기억으로 알면서도 지금 선생님으로서는 그저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구나. 너무 아파하지 마.

이 말이 너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렇게 아픈 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세상의 모든 이별이 다 그렇게 아파. 지금 저 거리를 바삐 오고가는 수많은 아저씨와 아줌마,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모두 상실의 지독한 몸살을 앓았어. 저분들이 몸속에 실연에 버티는 항체를 키우고 별 일 없다는 듯 저렇게 살아가기까지는 독한 이별의 고통을, 그것도 여러 번 감내해야 했어.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이 있대. 이놈은 특히 시각적 자극에 반응해서 어떤 사람을 보고 마음에 들었을 때 흥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고 해. 한마디로 누군가를 첫눈에 반하게 만드는 호르몬이지. 페닐에틸아민은 화학적으로 마약의 주성분인 암페타민 계열에 속해서 흥분과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데다 식욕억제 작용까지 있다는 거야. 사랑에 빠지면 늘 흥분과 긴장의 연속이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

사랑에 빠지면 이렇게 우리 몸 안에서는 호르몬의 축제가 벌어진다는가 봐. 페닐에틸아민 외에도 엔도르핀,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코르티솔,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이 변화하면서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놓는다는거야.

연인과 헤어지면 몸속의 호르몬들이 다시 정상궤도(?)를 찾게 되지. 페닐에틸아민의 마법이 풀리고 엔도르핀 수치도 급격하게 떨어져. 마약이 끊기는 거지. 이 순간 이들 성분에 대한 강한 생리적 금단현상이 일어난다고 해. 더구나 엔도르핀의 대체작용으로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라는 전달물질이 갑자기 증가하는데, 이것이 다시 사람을 흥분시키고 욕망을 자극한다고 해. 오랫동안 그리움에 사무치는 이유가 바로 이거야. 스트레스를 주는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급속히 늘어나서 잠이 오지 않고 항상 불안하게 된다는 거야. 이별의 아픔이 그토록 큰 데에는 육체적으로도 다 이유가 있었어.

갑자기 뜬금없이 호르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를 객관화시켜주기 위해서야. 스스로를, 그 사람을, 이 상황을 남의 일 보듯 볼 수 있게 해주려고. 상실의 고통이 너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팔 할은 그저 물적 작용의 결과였음을 일깨워주면, 네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해서...

시간이 지나 호르몬의 금단현상이 사라지고, 인체의 항상 작용에 의해 다시 모든 호르몬들이 정상수치로 돌아올 때, 비로소 이별의 육체적 아픔은 끝나겠지. 그러면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준비가 끝나는 거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나 봐.

어떤 친구들은 이별 후에 몹시 상심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주변 사람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잖아? 나는 그런 친구들의 성격이나 연애관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호르몬의 작용이 아닐까 생각해. 그 금단작용을 유난히 견딜 수 없거나, 생각보다 호르몬이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속도가 빨라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무리가 없는 거지.

그럼 우리 한번 호르몬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냉정하게 사태를 다시 한 번 바라봐 볼까? 결국 그 사람이 왜 너를 떠났다고 생각해? 서로 너무나 달라서? 그 장벽을 뛰어넘기에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어차피 맺어질 수 없는 게 너무 분명하니까 지금이라도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서? 아니면, 결국 너를 사랑하니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 사람이 너를 떠난 건, 네가 충분히 갖지 못한 '그 무엇' 때문이야. 그가 내심 기대했지만 너는 충분히 줄 수 없었던 '그 무엇.' 그러면서 실은 한 번도 네게 정확히 말하지는 않았던 '그 무엇.'바로 그것 때문에 그는 떠났어.

다소 독하게 얘기해서 미안한데, 할 수 없어.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너를 추스를 수 있는 출발점이야. 이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했지? 그 마음이 진심이라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지금의 네 아픔은 꽤 오래 갈 거야. 왜냐면 말이지, 네가 겪고 있는 힘겨움은 실은 호르몬 때문만이 아니거든. 그 절반은 네가 스스로 만들고 있는 거야.

내 생각에 너의 좌절은 그 사람에 대한, 혹은 자신에 대한, 시위인 것 같기도 해. "봐라, 나 이렇게 아파한다."고 처절하게 보여줌으로써 그에게 죄책감이, 후회가, 아쉬움이 들게 하고 싶은 건 아닐까? 어떻게든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고 싶은 건 아닐까?

이제 일어나.

이렇게 네가 무너진다고 해서 그 사람, 다시 돌아오지 않아. 혹시 기회가 오더라도 그와는 다시 만나지 마.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언젠가는 똑같은 일을 다시 겪게 될 거야. 아까 이야기한 '그 무엇'을 네가 갖추기 전까지는.

'그 무엇'이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갖출 수 없는 것일지라도, 너무 좌절하지는 말아. '그 무엇'이란 무척 상대적인 것이거든. 네가 언젠가 만날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지금 네가 가진 그것이 너의 가장 큰 매력이 될 수도 있어.

그는 너를 사랑하기에 떠난 것이 아니야. 너보다는 자신을 더 사랑하기에 떠났어. 이기적인 사람이지. 하지만 너무 원망하거나 욕하지는 마. 우린 모두 이기적이잖아. 하지만 누군가, 서로에게 이기적이고 싶지 않게 되는 사람이 저 거리 어딘가에 분명히 있어.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야. 다만 이번에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것뿐.

자, 이제 잊고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끝낼 수는 없겠지만, 자학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해. 너무 긴 힒듬은 아름다운 널 병들게 할 뿐이야. 다음 주 강의실에서 자네 이름을 부를 때면, 신입생 환영회 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해주었던 너의 그 활기차고 기분 좋은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

- 아프니까 청춘이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