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이 무너져도 성적만 좋으면 되는가
전업주부는 살림살이는 해도 티 안 나고 안 하면 티가 난다고 말한다. 아이들 정서교육도 마찬가지다. 정성을 다해 화목하고 평화로운 반을 만들면 당연한 것이고, 학생 기질적 문제, 급우 및 교사와의 상호작용, 기타 돌발 상황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교사 책임이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되면서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교직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로 교사들은 정서교육보다 학력향상에 더 정성을 쏟는다. 학생들이 불안과 우울로 자존감이 망가지든, 학생 교우관계가 흔들리지든간에 수학 성적에서, 영어성적에서 고득점을 받는다고 하면 학부모의 만족과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생 정서가 악화되면 그 책임은 학부모나 교사가 아닌 학생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려지고, 결국 상담이나 치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구조가 학생들의 정서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어린이 우울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보도됐다.
나는 15년간의 교직 생활에서 2년간의 연임을 두 번이나 했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누구보다 자존감이 높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가짐으로 학교생활을 했다. 선생님의 지시 아래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학습과 활동을 조절해 나갔다. 하지만 한 번도 이런 학습 환경을 만들어본 적 없는 동료 교사들은 “어떻게 애들이 스스로 해?”라며 쉽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들은 수동적으로 군대 일병처럼 교사의 지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용한 아이들을 모범생이라고 명명하곤 했다. 그건 교직 조직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 없이 지시에 잘 따르는 교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다.
나는 해다마 3월 초만 되면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 지난 몇 년간 형성되어 온 따돌림의 분위기를 감지한다. 난 새롭게 만난 내 제자들과 1년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그런 상황을 와해시키고 행복한 반, 자율적인 반, 건강한 마음가짐을 가진 반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렇게 되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도 저절로 좋아진다. 정서가 안정된 교실에서는, 학습 동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단지 성적으로 쥐 잡듯이 잡지 않고 매일같이 숙제를 넘치게 주지도 않고 호통을 치지 않는 무서운 선생님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사를 평가절하하는 이들은 진정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성적 중심의 평가 속에서 정서교육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살아갈 힘은, 정서적 안정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교육의 본질로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