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반을 만들면 유능한 교사라는 착각

by 루비

학교에서 말하는 유능한 교사는 카리스마 있고 기 세고 기강 잘 잡고, 통제 잘하는 교사다. 어떤 경력 교사는 수업과 학급 경영엔 통달했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이 눈에 들어오는 데는 30년이 걸렸다고 했다. 1년 차부터, 아니 기간제 시절부터 아이들의 존재를 살리느라 고군분투했던 나는 약간의 의아함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유능한 교사는 학생과 소통을 잘하고, 민주적으로 학급을 운영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반, 학습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반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어떤 실패도, 갈등도 허용하지 않고, 무조건 통제와 무서운 분위기로 침착하고 조용한 반을 만들면 유능한 교사라고 인정해 준다. 그러면서 몸집이 커지고 자기 의견이 활발해지는 6학년은 남자 선생님이 맡아야 한다는 식으로, 수업 첫날은 스모키 화장에 올블랙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과연 그게 교육일까? 그건 감옥에서 죄수들을 관리하는 교도관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과장 보태서 북유럽의 감옥은 우리나라의 학교보다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학급 운영에서 일정한 통제와 질서는 필요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거나 수많은 학생을 상대하거나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관리할 땐 관계교육을 시도하다가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과거에 6~70명씩 학생이 밀집할 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폭력교사들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학급당 학생수도 많이 적정화되었고, 학생들도 과거에 어렵고 힘든 가정의 아이들 위주에서 지금의 아이들은 많은 기대를 받고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대다수다. 시대의 변화에 학교가 뒤처지며 과거의 낡은 교육만을 답습하는 건, 교육의 정체에 지나지 않는다.


늑대들의 무리에서도 불안이 높고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 낮을수록 강력하게 통제하고 이끄는 우두머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안정되고 민주적인 집단일수록, 그런 지도자는 설 자리가 없고, 공명정대하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선호한다고 한다.(EBS 지식채널 늑대들의 합창 참고) 과연, 지금의 학생과 학부모는 어느 위치에 있는 걸까?


진짜 교육은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 학습 동기가 일어나지 않는 아이, 친구 문제, 가족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의 편에 서서 그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환경을 조성해 주는 선생님이다. 학급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침묵과 은폐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설사 어떤 문제와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걸 올바르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 교육은 그런 교사는 너무 유순하다, 만만하다, 무책임하다는 말로 평가절하하며 모든 학교를 쇠창살 없는 감옥과 통제의 파놉티콘으로 만들고 있다.


진짜 교육은 아이의 삶을 이해하고, 그 아이가 편안한 상태에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갈등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과정을 함께 배우는 것이다. 그럴 때 진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