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두 얼굴
어린 시절에
동생과 산소에서 썰매를 탔다.
포대자루를 끌어다가
미끄러져 내리면
우리 마을이 한눈에 다 보였다.
조상님들 묘소에서
불경하게도 신나게 놀았다.
우리는 그런 개구쟁이였다.
그런데 점점 자라면서
학교와 사회는 너무 폭력적인 곳이었다.
여린 두 남매가 버티기엔
너무 차갑고 무서운 곳이었다.
우리는 마치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군인처럼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받았다.
세상은 아프고 거칠고 차가운 곳이구나라고
뼈저리게 느꼈다.
세상에 태어나는 게 좋은 건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 긍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아파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사랑이
세상 곳곳에 가득하니까.
설마 마지막 잎새마저도 떨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누군가는 그림을 그려서라도 살리고자 할 테니까.
세상엔 차갑고 냉정하고 자기만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 신이 내린 선물처럼 천사 같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우리는 그 기대를 품고 살아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