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창작 동화

by 루비

흑과 백



물의 나라에 흑과 백이라는 용사가 살았다. 흑에게는 흑과 비슷한 색깔의 친구들이 많았고 백에게는 백과 비슷한 색깔의 친구가 많았다. 하지만 흑과 백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상대가 위험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이들을 두고 흑백논리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백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날이 어둑해지자 길을 잃고 만 백은 어느 오두막 집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용사가 쉬고 있었다. 날이 어둑해서 서로를 알아볼 수가 없었고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상대는 언젠가 여행했던 불의 나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를 다 나누고 나서 백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머릿속 생각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것이 전부는 아니구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 그리고 불의 나라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노곤한 몸을 누이고 잠자리에 든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그들이 철천지 원수로 여기던 흑과 백이었기 때문이다. 둘은 바로 자리를 박차고 서둘러 오두막을 떠났다. 뭔가 마음속에 찝찝함을 남긴 채.


백은 돌아와 흑을 만났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았다. 생각보다 흑은 나쁜 용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러자 듣고 있던 나머지 용사들이 길길이 날뛰었다. 어디 머리가 돈 게 아니냐고. 흑에게 세뇌당한 건 아니냐며.


백은 그리하여 결심했다. 흑이 말해준 불의 나라로 가보기로. 그리고 함께 갈 용사들을 모집했다. 하나둘씩 모여들고 용사단이 꾸려졌다. 그리고 마지막 모집 날, 흑도 친구들을 불러 모아 불의 나라에 함께 가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다 기겁을 하고 적대시했지만, 흑이 수집한 불의 나라에 대한 정보에 마음을 열었다. 결국 흑과 백, 그리고 나머지 용사단은 함께 불의 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막강한 물의 힘으로 불의 나라를 정복했다. 불의 나라에는 전설의 용사, 흑과 백이라는 비석이 세워졌다. 물의 나라에서는 흑과 백은 더 이상 적이 아니라 함께 헤쳐나가야 할 동료로 여겨졌다. 또한, 흑백논리라는 말도 사라졌다.





흑백 논리 (黑白論理)

[철학 ]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의 양극단으로만 구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아니하려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논리.




bright-blue-ocean-with-smooth-wave-background.jpg


*졸린 눈을 비비며 끄적여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