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발버둥

by 루비

은지는 꿈을 꿨다. 은지는 꿈속에서 한 없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길고 긴 구덩이에서 보이는 거라곤 암흑밖에 없었다. 은지는 온전히 혼자였다.


여기는 어딜까? 꿈속에서 생각했다. 어느 순간 긴 구덩이는 망망대해로 바뀌었다. 바다 위에서 은지는 한없이 표류했다. 은지는 너무 무서웠다. 빨리 이것을 탈출하고 싶었다. ‘여기 누구 없어요?’ 구조를 요청해보고자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그저 안으로 조용히 잠길 뿐이었다. 막막하고 답답해서 눈물이 계속 주르륵 흘렀다. 그때 거대한 파도가 순식간에 밀려오더니 은지를 덮쳤다.


“아, 차가워.”

은지가 꿈에서 깨어 외쳤다. 얼굴에는 차가운 물세례가 퍼부어졌다.


“악몽 꿨니? 무슨 꿈을 꾸길래 깨워도 꿈쩍도 안 해?”

엄마였다.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봤다.

“아니, 그냥 좀… 무서운 꿈이야.”

“어서 일어나. 수영 가자.”

“아냐. 나 가기 싫어.”

“어서 일어나.”

“가기 싫어.”

그렇게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 은지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있고 나갈 채비를 하였다. 달력을 보니 8월 16일이었다. 벌써 퇴원한 지 열흘이 지난 시간이었다.


은지는 거울을 봤다. 며칠을 씻지 않아 헝클어진 머리, 길게 자란 손톱, 창백한 얼굴. 사람의 몰골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나는 왜 이렇게 된 걸까. 은지는 끝없이 생각했다. 강아지 토토가 다가와 발을 핥았다.


“응, 그래. 토토. 같이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은지에게 희망이란 게 있을까? 토토는 이모에게서 분양받은 강아지였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의 강아지 토토에서 이름을 따왔다. 문득 은지는 자신이 도로시처럼 느껴졌다. 도로시처럼 회오리바람을 타고 머나먼 먼치킨의 나라에 도착한 것만 같았다. 도로시처럼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간다면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 은지는 정든 고향을 떠나 객지에 홀로 내동댕이쳐진 기분이다. 친구도, 직장동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모두 버림받은…


은지는 간절히 찾고 싶었다. 자신에게도 희망은 있는지. 꿈꿀 미래가 있는지.


“엄마 준비 다했어. 나가자.”

엄마가 밖에서 불렀다. 엄마를 따라 집을 나서며 생각했다.


‘그래도 내겐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야. 늘 엄마를 고생만 시키는구나. 꼭 희망을 되찾고 싶어. 그래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은지는 앞문을 열고 조용히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하늘에서는 은은한 달빛이 밤길을 조용히 비추었다. 차는 조용히 미끄러져 수영장 쪽으로 향했다. 어두운 밤길을 가르는 것이 꼭 자신의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의 헤드라이터가 비추는 길을 보며 은지는 자신에게도 밤길을 비추는 빛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체 그게 뭘까? 란 생각을 하는데 지독한 외로움이 뼛속 깊이 파고들었다. 엄마는 지금 어떤 기분인 걸까? 은지는 세상에 철저히 혼자인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