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어푸어푸 물을 가르며 머릿속은 쉴 새 없이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럴 때마다 의도적으로 생각을 멈추려고 노력했다.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 어떨 땐 정말 머릿속으로 흐르는 생각의 회로를 차단하고 고요한 상태에 머무르고 싶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온몸을 움직이는 수영은 탁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은지는 좀처럼 운동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도 유일하게 못 하는 과목이 체육이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체육 수행평가를 D에서 C로 올린 기억이 그나마 뿌듯했던 기억이다. 그렇다고 해도 물속에서 팔을 휘젓고 발장구를 치다 보면 생각으로 빠져드는 것을 멈출 수 있어 좋았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새로 왔어요?”
“네. 반가워요. 지금 휴가 중이라서요.”
“와! 부럽다. 이름이 뭐예요?"
"저는 고은지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윤소영이에요. 조만간 회식 있는데 참석해요.”
“네. 좋아요.”
기존의 수영장 회원과 나누는 대화는 어지러운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해 주었다. 나를 환대해주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은지는 생각했다. 왠지 모르게 지난 삶이 서러워졌다. 그리고 계속 이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형 200m를 3바퀴 돌고 나서 은지는 밖으로 나와 대형 유리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 속으로 잠겼다.
‘무언가 잘못됐어. 나는... 어울리지 않는 곳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어. 내가 잘하는 건 뭐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나는 언제 가장 편안함을 느끼지?’
창밖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빛나고 있었다. 문득 보름달을 보며 모두에게 소원이 이루이질 바라는 이모티콘 문자를 보낸 일을 떠올렸다.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인연이란 게 왜 이리 얄팍한 걸까?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은지에게 필요한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경로, 삶의 목표의 재설정이었다. 순간 수영장의 물결이 은지에게는 삶의 완충지대처럼 느껴졌다. 태아 시절 엄마의 뱃속이 바로 이랬을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시절이지만, 분명 마음만은 이처럼 편안하게 해 주었을 것이다. 이제는 다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