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가 찾아간 곳
전철에 앉은 은지는 윤동주 문학관으로 가는 길을 검색해보았다. 윤동주 문학관은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있었다. 몇 개월 전에 바로 옆인 부암동에 DIY젓가락을 만들러 간 적이 있어서 잘 아는 곳이었다. 서울 번화가와 달리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이 인상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오늘 그곳을 다시 간다 생각하니 기뻤다.
은지는 유튜브를 켰다. 그리고는 조용히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윤동주 시인의 시 모음 영상을 틀었다. 맨 먼저 제일 좋아하는 서시를 들었다. 서시는 언제 들어도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상에 젖어들었다. 다음으로는 소년을 들었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구절을 듣는 순간 중학교 시절 친구를 떠올리기도 했다. 함께 백일장 대회에 나갈 만큼 친한 친구였는데 지금은 왜 멀어진 걸까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그 친구가 백일장에서 쓴 시가 이 구절과 비슷하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별 헤는 밤을 들을 때는 문득 고3 시절이 떠올랐다. 추억이 가득한 시를 듣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수험생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 것이다. 삭막하고 두려운 수험생활을 지탱할 수 있게 해 준 문학책들에 대한 추억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시적 화자처럼 자신도 지금 그리움에 빠져들고 있다고 느꼈다.
은지는 대체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수십 번, 수백 번 계속해서 다시 생각하며 곱씹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정말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일까? 주제 파악을 못하는 사람일까? 스스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지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몰랐다. 은지가 생각하는 은지는 주변 사람들이 평가하는 모습과 너무 달랐다. 은지는 혼란스러웠다. 어느새 아련한 그리움은 눈물로 바뀌었다. 은지의 눈동자에서 슬픈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은지는 생각을 바꿔서 상담사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다음 역은 가능역이었다. 은지는 주저하지 않고 문이 열리자마자 전철에서 내렸다. 그리고 곧장 상담소로 향했다. 무언가 해답을 얻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