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이상한 소녀의 비밀노트.
셀피를 찍었다. 울컥했다. 내 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서. 마치 배우를 꿈꿔도 될 것만 같았다. 어떨 땐 순간순간 감정에 풍덩 빠지는 나 스스로가 나도 감당하기 벅차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지. 요새는 책을 읽어도 재밌지가 않다. 오만하다고 해야 할지, 괴상하다고 해야 할지 너무나 뻔한 이야기들인 것만 같다. 그렇구나. 그렇다. 내가 좀 어딘가 이상한 것 같다. 나는 좀 남들과 다른 구석이 유별난 것 같다.
어제는 슬픈 사랑 소설을 읽었다. 곧 영화가 개봉된다고 한다.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에잇, 남자 친구도 없는 데 뭘. 더해서 너무 슬픈 감정에 잠식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란 노래처럼 이제는 부정적인 감정과는 멀리하고 싶다. 깔깔거리며 많이 웃고 좋은 것만 생각하고 행복해지고 싶다. 핀란드의 무민 가족처럼 잔잔한 일상의 행복을 맘껏 누리고 싶다.
아침엔 엄마와 싸웠다. 그리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가방과 체크카드 한 장만 들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곤 도서관으로 향했다. 엄마는 정말 내겐 너무 힘든 존재다. 왜 이렇게 내가 상처받을 말들만 콕콕 집어내서 안 그래도 아픈 마음을 더 덧나게 하는 걸까? 몇 년 전에 친구는 그랬다. “너희 엄마 계모니?” 계모에 대한 편견은 옳지 못하다던 어느 검사의 말은 차치하고서라도 엄마는 나를 친자식처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콩쥐의 새엄마와 두 언니처럼 나를 구박만 한다. 이런 내가 밖에서는 거짓으로라도 사랑 많이 받으며 자라온 척을 꾸며대야 하는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고백할지 고민이다. 두 가지 모두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점점 말 수가 주나 보다.
도서관에서 전업 작가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을 읽다가 지루하고 또 배가 출출해서 인도네시아 식당에 왔다. 내가 좋아하는 나시고랭을 먹을 거다. 나는 편식이 심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못 먹는 음식이 정말 많다. 싫은 음식들이 혀에 닿는 순간 나는 우웩 질을 하며 죽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런 나를 주변에서는 다 큰 어른이 어린이 입맛이라며 핀잔을 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상한 점이 참 많네!
나는 스무 살 때부터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다.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을 모두 다 읽은 건 아니지만 내 이십 대 초반의 가치관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공지영 작가님은 내가 정여울 작가님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님이다. 사회에 좋은 기여도 많이 하시고 긍정적으로 사시는 모습이 삶에 귀감이 된다. 그 당시에는 막연히 나의 우상과도 같았다. 닿을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세계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신기하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매일 오천 자씩은 꼭 썼다고 한다. 그에 비해 내 글쓰기 분량은 형편없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글쓰기의 재료가 될 삶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비밀노트에도 쓰지 못할 만큼 난 못 해 본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뇌종양이 의심되어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조선 시대에서 오셨어요?”라고 했다. 다행히 병이 아니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글을 쓸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글을 써야겠다. 지금처럼. 다만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지? 그건 아직 모르겠다. 그저 시간 가는 대로 어슬렁거리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처럼 그저 유유자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