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모든 걸 잘해야 하는데?

by 루비

왜 나는 모든 걸 잘해야 하는데?


너무 화가 난다. 화가 나! 세상은 나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지 않나? 나는 피아노를 체르니 40까지 배웠고, 영어도 회화를 능숙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수능 2등급은 나왔고 게다가 언어는 전국 1%였고 요새는 중국어도 배우고 있고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색연필화도 오일파스텔 화도 칼림바도 심지어 운전도 한다. 아, 얼마 전에는 동화도 출간해서 온라인 플랫폼에 서비스 중이다. 그런데 세상은 아직도 나라는 사람을 촘촘한 체에 걸러서 한 치의 오차도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기세로 달려든다. 나를 향해 돌진하는 전투차 같다.


나는 숨 쉴 공간이 없다. 나는 작은 실수나 결점도 이해를 바라서는 안 되는 존재 같다. 무력해진다. 너무 속상하다. 세상은 왜 이렇게 나를 미워할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내가 비판적이어서? 잘못된 것 지적을 잘해서? 우리나라에는 표현의 자유도 없나? 내가 말하는 지적이란 어떤 결점이나 실수를 말하는 게 아니다. 불합리한 것, 부조리한 것을 말한다. 아, 내로남불이라고 욕하려나.


어쩌면 나는 홀든 콜필드처럼 세상 부적응자다. 홀든 콜필드는 피비라는 여동생을 지켜주고 싶어 했다. 나는 일단 나부터 지켜야겠다. 나부터 보호해야겠다. 나를 보호해줄 자는 아무도 없으니깐.


그냥, 다 싫다. 모조리 다 싫다. 나라는 존재도 세상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지금은 그저 의사 선생님만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마저 나를 버리면 난 어쩌지? 너무 무섭다. 너무 슬프다. 너무 힘들다.


글도 쓰기 싫다. 책도 읽기 싫다. 잠도 자고 싶지 않다. 뭐야. 결국 숨만 쉬어야 하나? 오늘 정말 꾸리꾸리 한 날이네. 이럴 땐, 역시, SNS가 최고다. 누군가는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지만 나에겐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다. 케빈 시스트롬 님 감사합니다!


잠깐 인친들 피드 훔쳐보다가 그다음엔 뭘 하지? 멍 때리다가, 그다음엔. 울어야겠다. 그래서 요새 내 셀피가 슬퍼보이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