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처녀 귀신과 베트남 소녀
하영이는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다문화 가정의 고등학생이다. 하영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줄곧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다문화가정의 학생은 보이지 않게 차별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난한 것도 아닌데, 아버지도 일을 열심히 해서 부유한 데도, 친구들은 못 사는 나라 출신, 문화적으로 후진국 출신이라며 편견을 가지고 대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같은 반에서 유일하게 하영이만 초대받지 못했다.
“선생님, 친구들이 저만 초대하지 않았어요. 제 생일도 축하해주지 않았고, 저만 미워해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 친구들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고? 너도 노력해야지.”
담임 선생님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하영이 잘못으로만 치부했다. 너무 쓸쓸하고 슬퍼진 어느 날, 하영이는 도서관에 갔다. 평소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던 하영이는 <처녀 귀신을 쫓은 아이>라는 책 제목에 눈길이 갔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펼쳐보는데 순식간에 도서관 불이 모두 꺼지고 하영이 앞에 처녀 귀신이 나타났다.
“하영아, 나는 너와 같은 열아홉 살이야. 네가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 나를 도와준다면, 나도 너를 도와줄게. 너의 소원을 들어줄게.”
“정말? 그런데 너 정말 귀신이니?”
“응. 나는 조선 시대 억울하게 사람들한테 화형 당한 처녀 귀신이야.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목숨을 잃었어.”
“너무 힘들었겠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도와주지?”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돼. 대신 꼭 비밀에 부쳐야 하고. 아무한테도 발설하면 안 돼.”
“응. 그렇게 할게!”
하영이는 그날로 매일 도서관에 가서 처녀귀신을 만났다. 처녀 귀신은 하영이에게 미션을 주었다. 그 미션은 이러했다.
조선 시대 억울하게 처녀귀신이 된 자들의 명부를 처녀귀신으로부터 건네받았고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영이가 책으로 펴내는 것이었다. <처녀 귀신을 쫓은 아이>라는 책은 순전히 작가의 입장에서 쓰여있다고 했다. 처녀귀신은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하영이는 사실 한국에 산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어가 서툴다. 읽기와 듣기는 잘 되지만 쓰기에는 미숙함이 많이 있다. 하지만 처녀귀신을 돕고 싶어서, 또한 자신의 소원도 이루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세종학당의 한국어 강좌도 수강하고, 드라마도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관심 없었던 외모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 달이 지난 어느 날, 처녀귀신이 다시 한번 하영이에게 부탁했다.
“책은 다 완성되어 가니?”
“응. 조금 어렵네. 혼자 힘으로는 힘들 거 같아. 그런데 내 소원은 정말 들어주는 거니?”
“그럼. 너의 소원은 뭐야?”
“내 소원은...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어.”
“쳇. 너무 싱겁군...”
“뭐라고?”
“겨우 친구 갖는 게 네 소원이란 말이야?”
“친구가 어때서...”
“사람이란 말이지. 배신을 밥 먹듯이 해. 난 그보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나 아직 열아홉 살 밖에 안됐는데...”
“애송이군... 자, 내 이야기를 들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