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의 마음
상담소는 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잰걸음으로 상담소 문 앞까지 도달했다. 심호흡을 하고 똑똑 문을 두드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잡이를 돌리니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상담사 한 분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가 인사를 해주었다. 은지는 작은 목소리로 용건을 말했다.
“저... 고민이 있어서요. 상담받고 싶어서요.”
“네. 얼마든지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중년의 상담사는 기다리던 손님이 온 것에 크게 기뻐하며 중앙을 지나 안쪽으로 안내했다.
“어떤 고민이 있어서 오셨어요?”
“사실, 제가 인생에서 힘든 시련을 너무나 많이 겪어서요.”
“시련이라면 어떤?”
“대학생 시절 지독한 따돌림도 당했고, 그로 인해 대학 동문이 가득한 직장에서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문 소문에 시달렸고. 실연도 당하고.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힘든 일을 겪었어요.”
“아... 정말 많이 힘드셨겠다. 잘 오셨어요.”
상담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을 표현한 뒤, 처음 들어왔을 때의 자리로 돌아가 주섬주섬 서류를 챙겨 왔다.
“여기 상담 동의서 하고 문장 완성 검사예요. 한 번 해보시겠어요?”
“네.”
은지는 순식간에 모든 걸 끝마쳤다.
“벌써 다했어요?”
“네.”
상담사와 은지는 50분간 대화를 나누고 상담을 마무리했다. 상담을 하면 할수록 은지는 자신이 어마어마한 일을 겪었다는 확신만이 더욱 강해졌다. 상담사는 어떻게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냐며 혀를 내둘렀다.
“또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오세요.”
“네. 카드...”
상담사는 은지가 내민 카드를 주지 않고 서둘러 인사를 했다.
“제가 지금 아들 K대에 가야 해서 정신이 없네요.”
“아, 제 사촌동생도 K대에 다니는데...”
“정말요? 다 가져서 그렇네...”
“네?”
“아니에요. 조심히 가세요.”
그렇게 은지는 뚜렷할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상담소 문을 나섰다. 밖에서는 한여름 무더워진 열기를 적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은지는 조용히 가방 안에서 빨간색 우산을 펼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