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랑의 화살표

창작 소설

by 루비

"곧 열차가 들어옵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문이 열리고 지하철 안으로 몸을 밀어 넣자 익숙한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 1년 전 오해로 멀어졌던 규현. 규현이 캡 모자를 눌러쓴 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잘 지내냐?”

“오랜만이야!”

“요즘 어딨어?”

“난 홍영에.”

“시험 붙었구나. 난 떨어졌는데.”

“너도 잘 될 거야. 아, 나 내려야 해.”


몇 마디 나누고 규현과 헤어져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때 왜 나한테 화냈었냐고 묻고 싶은 말은 가슴에 삼킨 채. 옆에 있던 은주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난 어느새 1년 전 그날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다음 강의실이 어디야?”

“몰라.”

당황한 낯빛의 나. 일제히 쳐다보는 동기들. 너무나도 놀란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대체 왜 나한테 저리 무 섭도록 화를 내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길래.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게 호의적이었던 네가.




아직은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쌀쌀한 날씨가 소극적으로 서로를 탐색하게 했다. 나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느새 우리는 자석에 이끌리듯 삼삼오오 짝을 이루었다.


“저는 하주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와, 멀리서 왔구나.”

“친하게 지내자.”


타지에서 온 나는 어느새 주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 관심이 처음에는 좋았지만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다. 바로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음을. 일제히 불어닥친 관심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어느덧 두 달이 지나고 우리는 하백산으로 엠티를 갔다. 나는 규현과 한 조였다. 즐거운 게임 시간, 규현은 나를 안고 반대편으로 가야 했다.


"너는 몸무게 몇이야?"

"나는 45kg."

"와, 진짜 가볍네."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시간이 지나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종이에 돌아가면서 편지를 쓰는 거예요.”

근두근. 롤링 페이퍼를 쓰는 시간. 알록달록 색으로 정성 들여 편지를 썼다. 어라! 근데 규현은 같은 조에 게임까지 같이했으면서 내 종이에 한 글자도 쓰지 않았다.


“왜 나한테 롤링 페이퍼 안 썼어?”

당황한 규현이의 얼굴. 그리곤 종이를 가져간다.

“자 다들 학교로 돌아갑시다.”


그때 학교로 돌아가자는 동기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헐레벌떡 짐을 싸고 내려가 버스를 탔다. 한창 달리는 중 규현에게 문자가 온다.


“네 거 롤링 페이퍼 쓰고 있는데 혼자만 가버리면 어떡해?”


[나도 깜박했어. 미안해.]라고 문자를 보낸다.


기숙사에 도착. “롤링 페이퍼 돌려줄게.”라는 규현의 문자. 재원이도 같이 왔다.


종이에는 ‘서영 패밀리 잘 지내보자’라는 말과 '새초롬하다'라는 말 등 깨알 같은 달콤한 칭찬들이 적혀있다.

그 밑에 규현이가 남긴 글.


[내가 써주길 그렇게 바랐었나. 니쫌귀엽다. 친하게 지내.]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할걸 후회가 밀려온다.


나는 규현이 나한테 마음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생각은 며칠 뒤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규현이랑 수혜랑 사귄대.”라는 말을 듣고서였다.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음에도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킨 양 화가 나고 부끄러워졌다. 과 동기 언니는 또 다른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전해왔다. 규현과 수혜가 금세 꽤 친밀해졌다는 이야기. 이상하게도 나는 너무 화가 났다. 그때부터 규현을 철저하게 싫어하게 됐다. 규현은 안 좋은 소문이 많았다. 게다가 차림새도 날라리티가 났다. 나는 완벽하게 규현을 싫어했다. 하루는 그림을 잘 그린다고 즉석에서 캐리커처까지 그렸지만, 그 모습마저 싫었다. 또다른 날은 유치원생 때 옷인가 싶을 정도로 작은 노란색 셔츠를 입고 왔다. 속으로 나는 ‘어휴, 꼴불견’이라고 욕을 했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그토록 규현을 싫어하는지.


나는 이런 부정적인 마음을 잠재우고자 곧 사랑의 화살표가 향할 대상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렇게 하루하루 봄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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