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의 여자

청아의 고향별 이야기

by 루비



여자는 오늘도 숨습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모임에서, 왠지 페르소나 뒤로 나를 숨겨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잘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 원래 짐짓 조용한 척...

몸을 감싸는 껍질 안으로 자꾸만 숨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게 편합니다.

내 목소리를 드러내는 순간, 나 자신을 표현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찔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아, 오늘도, 난 영혼의 단짝을 찾기는 글렀어...’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여자의 영혼은 저 먼 별나라에서 지구로 내려갈 채비를 합니다.

그 별나라에서는 점차 지구의 의식 수준에 혼란과 분열이 올 거라고 예언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여자의 영혼에 치유자의 임무를 부여하여 청아라는 이름의 전사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지구인에 섞여 들어갔죠.


청아는 얼른 이번 생을 마치고 다시 저 먼 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영혼의 단짝을 만나야 해요. 하지만 지구별의 주파수는 청아의 영혼과는 너무 차이가 납니다. 이건 마치 지구의 인간들이 유통기한 지난 우유를 연거푸 마시는 것과 같은 느낌의 거부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리하여 청아는 점차 사람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아는, 어느새 점점 자신의 과거의 기억을 잊어갔습니다. 저 먼 별의 추억도 까마득해졌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지구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립의 느낌을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노력해 보아도 너무나 힘이 들었어요. 애초에 혼자서만 다른 별에서 왔으니깐요. 청아는 과연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참 다행인 것은, 청아의 눈물과 한숨이 늘어갈수록, 청아의 몸과 영혼이 지구를 정화하며 빠르게 따스한 곳으로 변모시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청아를 보며 불쾌함에 몸서리칠 때도 있지만, 점차 청아를 거울삼아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청아는 사실 조금씩 임무를 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청아는 이제 숨바꼭질은 그만하려고 합니다. 지구의 여전사, 청아는 펜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제목: 숨바꼭질의 여자
부제: 청아의 고향별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별에서 온, 청우가 바로 이 소설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이 소설을 쓴 청아와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 만났었던 것 같은 운명적 느낌을... 그 순간, 청아도 꿈속에서 어떤 청년이 자신의 소설을 집어 드는 꿈을 꾸다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제 정말 숨바꼭질을 끝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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