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입니다.

초록의 속삭임

by 루비


나는 나무입니다.

갚은 산속 바위틈에서 자라 홀로 견뎌왔습니다.

사냥꾼이 와서 도끼로 흠을 내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구멍을 내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와서 장난을 치기도 하죠.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무너집니다.

하염없이 무너집니다.

내 속이 썩어 문드러집니다.

나뭇가지의 잎도 우수수 다 떨어졌어요.

나는 철저히 혼자입니다.

혼자예요.


그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어요.

혹독한 추위입니다.

눈이 펑펑 내리고 찬 바람이 매섭습니다.

내 수명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어요.

뿌리째 뽑힐 것 같습니다.

이대로 쓰러져버릴 것 같아요.

그렇게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이 나무는 죽었어. 더 이상 가망이 없어.”


영원한 안식처에 들어가려던 찰나,

한 줄기 빛이 나를 감쌉니다.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방에서 꽃 향기가 풍겨옵니다.

아! 봄이 온 것입니다.


움푹 파인 나의 나무 밑동도 되살아나고,

나뭇가지에서는 새순이 돋습니다.

멀리 떠났던 파랑새가 되돌아와 내 옆에서 노래를 지저귀네요.

그래요 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어요.

내 인생은 전보다 더 희망찰 거예요.


내 가지가지마다 빨간 과실이 열렸네요.

아! 이제야 보이네요.

내 곁엔 나와 비슷한 나무들이 참 많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