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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an 23. 2023

내가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여유로운가?

 아침에 악몽을 꿨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니,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타인이 아닌, 정말 내 안의 기준에서 나는 잘 살고 있는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척도를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가?

 나는 대학생 시절에는 등록금하고 주거비만 지원받고, 생활비는 스스로 마련했다. 졸업과 동시에는 단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오롯이 나 스스로 벌어서 해결했다. 그때가 스물세 살이었다. 그 후로 쭉 금전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해온 것이다. 

 다만, 스물아홉에 직장에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어서 삼십 대 초반까지 가족에게 많이 의존을 했었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나아졌고, 지금은 많이 회복했다고 느낀다.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상당히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점수: 80/100점


둘째. 나는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지니고 있는가?

 나는 계절별로 함께 출사를 다니는 지인이 있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이 있고, 가끔씩 안부를 주고받는 제자들이 있으니깐, 풍요롭진 않아도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있다. 

 고려대에 알랭 드 보통 강연에 갔을 때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말을 했다. "동창회에 가지 마세요!" 동창회 모임에 가면 서로의 수준을 가늠하는 시기, 질투만 난무한다는 뜻에서였다. 그 말에 철석같이 공감한 나는, 단체 모임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소수의 친구들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점수: 80/100점


셋째. 나는 내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가?

 직장 생활은 마냥 꽃길만 펼쳐지지 않는다. 프리랜서라면 모를까 조직생활은 온갖 권모술수와 각종 눈치싸움, 사내정치가 판을 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버티려면 같이 악독해지거나, 아니면 그 모든 걸 초탈하여 일적으로 월등해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요령과 술수 부리는 것에는 젬병이다. 그래서 억울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그만큼 일로는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점수: 90/100점


넷째. 나는 행복한가?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쉬는 날에 글을 쓰는 일,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일,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면 참 행복하다. 지금 듣고 있는 에릭사티의 짐노페디도 정말 좋다. 아직도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많이 알기에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갈고닦는 시간이 행복인 것 같다.


점수: 90/100점


 네 가지 항목(나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가?, 나는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지니고 있는가?, 나는 내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가?, 나는 행복한가?)에서 평균 85점이 나왔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매긴 점수라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것 같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가운데에 나도 행복하면 덩달아 행복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불행한 사람들 가운데에 혼자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의 방해 또는 깎아내림이 있을 수도 있고, 이질감으로 인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내가 행복한 만큼 다른 사람도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음 아닐까 싶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타인에게도 야박하게 굴기가 쉽다. 하지만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은 타인에게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관대하게 대할 수 있다. 


이 글의 종착지는 결국 행복=여유로 도달하고 말았다. 모두들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만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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