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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an 30. 2023

반려견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아요

"인간이 진심으로 뭔가를 하고자 할 때, 과거에 즐거웠던 추억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어, 그다음이 뭐였더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     


 위의 문장은 일본의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모래밭 아이들>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온통 기억나는 것들이 암흑뿐이라면, 삶의 무게는 더더욱 무거워지고 질척거리고 절망스럽겠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따금씩 기분이 울적해지곤 합니다. 제 블로그 이웃께서는 본인은 하루 종일 행복하다고 댓글을 다셨는데 정말 사람이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종종 꽤 센티해지는 기분을 느끼거든요.     


 그래서인지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할 때도 빗소리나 눈 내리는 소리, 또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ASMR영상을 배경으로 틀어놓는 것을 즐깁니다. 토독토독 빗소리나 눈 내리는 소리, 쏴아아 아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그토록 정겨울 수가 없어요.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오늘도 대학원 과제를 하면서 눈 내리는 영상을 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눈과 관련된 행복했던 추억으로 빠져들었죠.


 초등학교 5학년때였나 하얀 눈이 펑펑 내린 겨울, 동생과 저는 신이 나서 "와" 큰 소리를 외치며 집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을 밟으며 우리는 이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그것은 바로 눈의 벽돌로 된 집을 만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에스키모인이 사는 이글루 같은 건물 말이죠. 이내 실행에 옮긴 우리는 시린 손을 비벼가며 함박눈을 뭉쳐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눈의 벽돌들을 모아 벽을 세워 집 모양을 만들어갔어요. 겨울 장갑을 끼고 있긴 했지만 손 시린 것도 잊고 발이 차가운 것도 잊고 입가에 함지박만 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추운 겨울임에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열심히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 속에 끝까지 완성한 장면은 없지만 어린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최고의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힘이 들 때면 종종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곤 합니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와 함께했던 저녁 시간의 행복, 혼자 또는 둘이서 떠났던 배낭여행의 두근거림, 고대했던 뮤지컬 공연 속 주연 배우의 노래를 들을 때의 기쁨 같은 것이요. 어릴 적 데려왔던 반려견이 소중한 것도 아기시절부터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 덕분인데요. 나를 사랑하는 것도, 타인을 사랑하는 것도, 결국 끈끈한 유대감은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는 것으로 연결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것은 결국에 어떤 위기와 시련, 고난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평소에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많이 쌓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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