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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an 24. 2023

돈, 명예, 지위보다 더 힘이 센 것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을 읽고


 몇 년 전, 6학년 학급을 맡았을 때, 나는 우리 반에서 제일 컴퓨터를 잘한다는 남학생과 타자 대결을 펼쳤다. 나는 가뿐히 500타를 넘기며 학생을 이겼고, 반 학생들은 다들 놀라며 환호했다. 그 학생은 졸업식 날 나에게 자신의 꽃다발을 안기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 후, 몇 년 후에는 3학년 학급을 맡았다. 평소 말을 잘 듣지 않던 남학생이 나에게 팔씨름을 제안했고, ‘그래도 3학년인데….’ 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안을 수락했지만, 결국 나는 팔씨름에 지고 말았다. 이것이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 학생은 그 후로도 내게 도전적인 행동으로 꽤 나를 힘들게 했다.


 우리는 꽤 자주, 내가 힘이 약해서,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지위가 낮아서, 학벌이 좋지 않아서, 인맥이 없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더 강하고 힘센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꼭대기를 향해서 쉬지 않고 달려간다.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겨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겠다는 일념으로.


 그런데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을 읽고, 몇 가지 의문에 빠졌다. 정말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다는 게 무엇일까?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면, 우리는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것일까?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 되어야만 할까?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속 수탉은 젊어서는 제일 힘이 셌다. 그래서 암탉들도 많이 따랐다. 하지만, 곧 더 힘이 센 수탉이 나타났고 겨루기에서 패배하고 이제는 술을 제일 잘 먹는 수탉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수탉의 아내는 자식 농사를 잘 지었으니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게 아니냐며 위로한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지만, 인생에서 마주한 허무함을, 자식을 대신해서 보상받으려는 것 같아 어딘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제목에서는 ‘힘’이라는 단어로 적혀있지만, 나는 결국 이 힘이란 것도 ‘매력’에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명예로운 직업을 가졌거나 하는 것도 매력이 될 순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물질적이고 유한한 것으로 언젠가는 소멸하거나 내가 잃을 수 있는 것들이다. 물리적인 힘이 세거나 폭력으로 억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시적으로는 두려움에 복종하거나 순응하는 체해도 언젠가는 전복을 꿈꾸는 것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변하지 않는 , 그러니깐 사람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무한한 매력 결국 ‘내공에서 비롯된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사는 , 내면적 가치를 추구하는 , 여러 가지 능력을 계발하는 , 세상의 지혜를 쌓는   말이다. 올바르지 않은 사회에서는 전자에서 말한 리적인 힘의 위력이 세서 후자의 힘을 지닌 사람들이 탄압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간 세계 역사를 되짚어보면, 결국엔 바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역사의 승자로 기록되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비록 힘든 가시밭길의 삶을 살았을지라도... 간디,  게바라, 빅터 프랭클, 마틴 루터 , 정약용, 김구 등등.


 삶은 많은 시련과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눈에 보이는 것, 물질적인 것, 눈앞의 당장의 이익에 현혹되기 쉽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눈 감기 직전 나 자신에 떳떳할 수 있느냐, 행복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느냐는 내가 축적한 재산, 쌓아 올린 지위, 자식을 통한 대리만족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죽다 살아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자신의 인생이 짧은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고 한다. 내 삶이 헛되지 되지 않으려면, 매 순간순간을 진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선하고 의로운’ 마음이 중요하다. 그때 우리는 물리적인 힘이 아닌, 내면부터 꽉 찬,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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