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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Feb 09. 2023

고릴라와 콜탄

땅 속에 묻힌 검은 돌, '콜탄'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나는 아빠가 출근하고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는구나 생각하고는 기지개를 켜고 방문을 열었다. 거실로 나가 부엌쪽를 바라보던 나는 뒤로 놀라 나자빠지고 말았다. 설거지하는 뒷모습은 포근하고 굳세보였던 엄마가 아니라 갈색털로 온몸이 뒤덮인 영락없는 고릴라였다.


“헉” 나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그때 고릴라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안녕. 세호야” 


‘어떻게 고릴라가 말을 하지?’라는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나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우리 엄마는 어디 갔어?”

“너희 엄마는 아빠와 함께 백화점에 끌려갔어.”

“아니 왜?”

“그건 너희 부모님이 내 가족과 친구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야.”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인간들이 자연환경을 파괴해서 우리 동물들이 얼마나 힘든 지 알기나 해?"

"우리 엄마는 매달 그린피스에 기부금도 내고 지구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에어컨도 꼭 필요할 때만 쓰고 동물원도 가지 않는데…”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 정말?”

“그럼?”

“너희 부모님이 쓰는 스마트폰, 너랑 네 동생이 쓰는 노트북으로 인해 우리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서식지는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어. 그건 어떻게 할 건데?”

“뭐라고?”


고릴라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기색이었다.


“난… 얼마 전에 엄마를 잃었어. 흑흑. 내 눈앞에서 죽어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고릴라는 품 안에서 지도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 작은 나라 콩고가 내가 사는 곳인데 스마트폰 및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콜탄을 채광하기 위해 우리 서식지인 숲을 사람들이 파괴하고 있어.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


나는 너무나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무슨 말을 이어야 할지도 몰랐다. 숨을 고르고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도와야 해?”


고릴라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난 그저 스마트폰을 뽐내기 위해 자주 최신형으로 바꾸고 분실하는 습관을 고쳐줬으면 좋겠어. 그럼 콜탄 사용량도 줄어들 테니…”

“알았어. 지킬게… 그럼 우리 엄마아빠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건… 정말로 콜탄 채광량이 줄어들고 우리 서식지가 회복되면 다시 보내줄게… 당분간은 안돼…”

“뭐?”


그렇게 말하고는 고릴라는 현관문을 열고 순식간에 길 건너편 숲 쪽으로 사라졌다.




*세계 콜탄의 80%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됩니다. 이로 인해 고릴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으며 콜탄 채굴권을 두고 내전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콜탄은 높은 열에 견디는 특성으로 첨단 기기에 많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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