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친구들
그림 그리는 아이
어느 도시 외딴곳에 부모님과 남동생과 오손도손 사는 가난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들은 풍족하진 않아도 소소한 웃음이 끊이질 않는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점차 어려움이 생겼다. 아이의 어려운 집안 환경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된 것이다. 아이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자신을 껴주지 않는 친구들이 미웠다. 그렇게 내면에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 분노는 결국에는 자신을 향했다. 점점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릿속에 하루 종일 무서운 생각이 감돌았다. 우리 집이 이대로 파산해 버리면 어쩌지? 우리 부모님이 이혼하면 어쩌지? 나는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이런 아이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또 시작이네.” “부모가 문제야.” “가까이하지 마.” 이런 말들만 들려왔다. 그럴수록 아이는 더욱더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를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아이가 새 학년이 되면서 새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도 처음에는 이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러는지 답답해하고 다그치고 때론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을 떠올려봤다. 사실 선생님도 아이와 비슷한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다. 가난하다고 힘이 없다고 착하다고 사람들이 무시하고 따돌리고 심지어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세상 천사인 양 굴었다. 그럴수록 더욱 화가 나고 억울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과 똑 닮은 아이를 만났다. 선생님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지만 이제 이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자신이 겪은 아픔이 이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밑거름이었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한결이처럼 힘든 시간을 지나왔어. 온몸에 힘도 없고 무기력하기만 했지. 그런데 결국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어. 나를 멀리하고 미워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나를 아껴주는 사람도 많아. 선생님도 그중 한 사람이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능력이 생겨. 큰 힘이 될 거야. 그럼 너를 미워하고 멀리했던 친구들보다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어. 한결이는 선함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잖아. 선생님이 응원할게. “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당부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나보다 가난해서, 힘이 없어서, 약해서 친구를 따돌리면 결국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돼. 사람은 한 명 한 명이 우주를 품고 있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줄 친구, 나를 즐겁게 해 줄 친구를 놓치지 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결국 되돌아간단다. 너희들이 어린 날의 실수로 나중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그런 거니 선생님과 함께 공부해 나가자.”
정말 놀랍게도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꽃씨를 심었다. 그 마음 안에서 해바라기 꽃이 무럭무럭 자랐다. 이제 더 이상 한결이는 울지 않는다. 걱정도 줄어들었다. 친구들도 한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결이는 친구들의 손에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한 명 한 명 건네주었다. 행복한 4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