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동화
열정이와 나태 이야기
열정이는 오늘도 이것저것 투두 리스트를 지워나가고 있었다. 피아노 연주하기, 그림 그리기, 독서하기, 글쓰기, 춤추기 등등. 생각만으로 신나는 하루였다. 그런데 피아노, 그림, 독서를 끝내고 글을 쓰려는데 갑자기 마음이 심란해졌다. 문을 열고 나태가 들이닥친 것이었다.
“그런 건 해서 뭐 해? 지겹지도 않니?”
나태는 비아냥대며 톡 쏘아댔다. 열정이는 그 말을 듣자 기운이 쏙 빠지며 정말 이제는 너무 지긋지긋하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쏟아부었는데도 늘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족감이 느껴지질 않았다.
“휴. 힘들어. 더 이상 재밌지가 않아. 뭔가 다른 신나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
“거봐. 그보다는 나와 함께 이불 속에 들어가서 잠에 취해 보도록 하자. 아주 달콤한 잠!”
나태는 계속해서 열정이를 꼬드겼다.
맞아! 잠이 보약이라고 하잖아. 열정이는 솔깃했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고 잠옷으로 갈아입으려고 했다.
그런데 잠옷을 입으려고 보니 바닥에 내려놓은 잠옷 위에 까망이가 오줌을 싸놓은 것을 발견했다.
“에잇. 까망이가 또.”
까망이를 혼내려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뭐?”
직장에 민원이 들어와서 부장이 매우 화가 났다는 동료의 전화였다.
뭐,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를 않는구먼.
문득 열정이는 생각했다. ’ 난 지금껏 열정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나태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피하려고만 했는데… 열정의 반대인 나태도 마냥 나쁜 건 같지 않아. 특별한 사건이 없는 평범한 하루도 참 소중하다는 것을…’
열정이는 그 후 나태가 심술을 부려도 화내지 않고 다정하게 대해주며 계속해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열정적으로 달리다 너무 힘들 땐 나태해져도 괜찮다. 열정과 나태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 그게 바로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