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멘터리 K - 교육격차 2부 <나의 자퇴기>를 보고
학교의 존재 이유가 뭘까? 학교는 왜 다니는 걸까?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 친구들을 사귀려고? 남들 다 다니니깐? 교육의 의무를 지키려고? 교육격차 2부를 보고 나니 마음이 너무 쓰라리고 아팠다. 인터뷰 대상자가 된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싫어하고 부정했다. 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원망도 많았다. 결국 이 다큐멘터리는 오늘날 한국의 학교와 교사들을 비판하려고 만든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육에 대한 담론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정작 교사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대치동의 사교육 컨설턴트, 입시강사들이 인터뷰이로 참여한 점도 이상했다. 그나마 영상 마지막에 교실을 배경으로 교사처럼 보이는 분 한 분이 등장한다. 앞선 인터뷰이들과 다르게 누군지 소개가 되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마지막에 출연한 그 교사 분은 자퇴에 대해 나누는 이 방송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건, 결국 교육 정상화에 대해 다시 의논할 지점이라고. 학교가 붕괴되고 있는 조짐이라고…. 학교의 존재 이유를 그 학생들이 자극하고 있는 거라고…
학교에 대한 비난과 불평이 쇄도하고 있는 영상 말미에 새로운 희망을 찾은 기분이었다. 정말 그렇다. 난 비록 공교육을 무사히 마쳤지만 교사가 된 나조차도 학창 시절 학교가 참 싫었었다. 행복한 기억보다 불행하고 우울한 날들이 많았다. 친구는 시험 성적의 경쟁자였고 내신 점수 따기는 치열했으며 각종 폭력과 따돌림에 노출됐었다. 학창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밟힌 자든 밟은 자든 마음속엔 늘 불안의 요소와 죄책감이 함께 하니깐…
이젠 정말 공교육을 정상화시켰으면 좋겠다. 학원과 사교육에 의존하며 학교 수업은 아무 도움도 안 되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배움과 탐구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친구는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일으켜 세우고 도와줄 절친한 벗이 되기를 바란다. 교사는 나태하고 무관심한 직업인일 뿐인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아이들에게 감화를 주는 스승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선생님들도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교육을 받고 교사가 되었고 배우고 본받을 롤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대학 입시 체제 아래의 교육은 시스템마저 불완전하니깐…하지만 진흙탕에서도 연꽃은 피듯 미세한 관심과 노력이 점차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EBS 다큐멘터리 K에서 심도 있게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해 주어서 매우 감사하고 뜻깊게 생각한다. 이제 반성과 성찰을 넘어 실천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