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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17. 2023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법

네 가지를 실천해 보세요!

  

 나는 심각한 무기력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적이 있다. 방 안에 틀어박혀 몇 달을 두더지처럼 이불속에서 파묻혀 지냈다. 영원히 나는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집안에서만 6개월을 지냈다. 집밖으로 나온 후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온 세상이 모든 공기를 모아서 나를 찍어 압박하는 기분을 느꼈다. 겨우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고 내 앞날은 암담하고 절망적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나에겐 미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랬던 내가 몇 년의 힘겨운 시간을 지나 점차 극복하여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전과는 비교하기 힘들게 많은 성과를 이뤘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14만 뷰를 넘어섰고,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오디오북 동화를 3권 출간했고, 곧 교보문고에 에세이도 출간 예정이다. 뷔페에서 취향껏 음식을 골라먹듯 기분 따라 서로 다른 취미생활을 즐기는 취미부자이며 새로운 업들로 인해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심각한 무기력증과 우울증으로 고생할 땐,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지긋지긋했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겨웠는데 지금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행복하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생활이 가능할까?


 그 방법으로 크게 네 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운동하기, 둘째, 좋아하는 일 꾸준히 하기, 셋째, 새로운 환경 세팅하기, 넷째, 목표 정하기다!


 우선 아무리 절망적이고 힘들고 무기력하더라도 운동은 꼭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꼭 격렬하거나 과격한 운동이 아니어도, 운동에 영 소질이나 재능이 없어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은 많다. 나는 PT도 받아보고 복싱도 해보고 합기도도 해보았지만 학창 시절 제일 못했던 과목이 체육인지라 격렬한 운동은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아쉬탕가 요가가 제일 좋았다. 차분하고 내향적인 내 성향과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만에 온몸에서 에너지가 소비되는 게 느껴지며 땀을 비 오듯이 흘리게 된다. 거리가 멀어 비록 오래 하진 못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요가라는 것에 재미를 들리게 해 준 좋은 시간이었다. 또한 수영도 추천한다. 수영은 내가 폐인처럼 살 때 수영을 좋아하는 엄마 손에 이끌려 겨우겨우 일어나서 가서 하게 되었다. 수영을 하면 마치 내가 태아가 되어 엄마 뱃속 안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한 착각을 하게 된다. 물론 전혀 기억 못 하지만 말이다. 댄스도 해보았지만, 댄스는 분명 재능이 필요한 것 같다. 필라테스는 초보 운동가가 하기에는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역시 걷기다. 아침 출근하기 전이나 퇴근 후에 7,000보씩 걸으면 몸이 한층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둘째, 좋아하는 일 꾸준히 하기다. 물론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내가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 싫어하는 일,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하도록 압박을 심하게 받아서 일수도 있다. 일례로 나는 주도적이고 비중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계속 자질구레하고 비중이 적은 일만 주어진다면 뒤치다꺼리만 하는 것 같고 자존심이 상하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나라는 사람은 성취감을 느껴야 행복해하고 만족하는 스타일인데 어떤 연유로 인해 일이 주어지지 않고 후순위로 밀리면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돌파구로 글쓰기를 택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글쓰기였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해왔던 게 독서와 글쓰기였다. 이십 대 초중반 시절에는 작가라는 존재는 나에게 위대한 지성과도 같아서 멀고도 먼 우주의 반짝이는 별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존경하는 작가들의 책을 찾아 읽으며 양식을 쌓고 독후감을 꾸준히 써오다가 어느 순간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전환되었다. 이렇듯 찬찬히 되돌아보면 자신이 꾸준히 해온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남들보다 좀 더 쉽게 열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이자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부러워하는지 보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나는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유럽 여행 시에도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들렀는데 한 블로거 글을 보고 너무 후회되고 부러운 적이 있었다. 나는 파리에 갔을 때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로댕 미술관만 다녀왔는데 어떤 블로그가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하고 온 후기를 쓴 것을 보고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한이 되고 부러운 감정을 느꼈다. 이것은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 안의 마음의 나침반을 잘 살펴봐야 한다.     



 셋째는 새로운 환경 세팅하기다. 우리는 한 곳에 머무르면 관성적이 되기 쉽고 편한 것만 찾고자 하는 마음에 뒤쳐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장소도 바꾸고 만나는 사람도 바꾼다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환경에 던져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이제껏 내가 살던 방식, 가치관을 바꿔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인해 우리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할 수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내가 나를 의도적으로 흐르는 물에 내맡겨야 한다. 


 나는 지난 2년간 경기도 가평으로 파견을 다녀왔다. 휴양지인 그곳에서 많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쾌함,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돌아왔다. 직장 구성원들 또한 원적지와는 많이 달랐다. 다문화가정이 전체 구성원의 30% 가까이 되는 곳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국적 출신의 사람들을 알게 됐고, 다양한 삶의 방식도 가까이서 보게 됐다. 뿐만 아니라 가평은 서울과도 매우 가까운 거리여서 시골살이의 불편함도 해소해 주었다.     


 넷째는 목표 정하기다. 주말만 놓고 보더라도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어떤 일을 할 때와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때는 긴장감 자체가 다르다. 어떤 작가는 의도적으로 주변에 마감기한을 공언하고 글을 쓴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인생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어떤 목표가 있고 없고는 천양지차다. 만다라트처럼 굳이 세세한 목표를 세우진 않더라도(물론 만다라트를 이용한 목표 세우기도 꽤 멋진 일이다) 나의 인생을 20대, 30대, 40대, 50대 식으로 세분화해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추진력을 기르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다 보면 단기적인 목표도 자연스럽게 설정하게 되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배어 나오게 된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한 가지 추천하는 것으로 ‘묘비명 써보기’를 꼭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나의 묘비명을 ‘창조, 사랑, 문장가의 사람’으로 지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삶 전체가 하나로 향해 집중해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나도 모르게 내 삶에 스며든 것이다. 묘비병 짓기가 너무 어렵다면 유명한 위인들의 묘비명을 검색해 보고 참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고로 천상병 시인의 묘비명은 그의 시 ‘귀천’의 한 대목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한다. 나라면 죽는 순간, 어떤 묘비명, 어떤 문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 끝을 생각한다면 결코 삶을 허투루 살 수 없을 것이다.     


 이상 이 네 가지, 운동하기, 좋아하는 일 꾸준히 하기, 새로운 환경 세팅하기, 목표 정하기가 네가 무기력증에서 벗어난 최적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지금은 많은 것들을 이뤘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뤄나가고 싶은 꿈들이 무궁무진하다. 사람은 나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할 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작은 성취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자기 효능감을 높이면 다시 나의 자존감, 나의 존재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시련을 극복한 뒤의 만족감은 전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밝은 세상만 알다가 어두운 세상도 아는 좀 더 원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조금씩 헤엄치고 물장구를 치며 다시 물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한없이 침잠하기에는 이 시간들이 각별히 소중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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