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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y 21. 2023

용기가 나지 않고 두려울 때…

혼자서도 괜찮은 나!


 겁이 날 때가 있다. 한 글자도 쓸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을 것 같을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나 두려울 때… 중요한 모임에서 실수하지는 않을까 긴장될 때…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엉망진창이 되지는 않을까 겁이 날 때…


 그럴 때 나는 심호흡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속 인물을 떠올린다… 이야기는 꽤 많은 안정감과 편안함,깨달음을 선사해 준다…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카야에게서는 비참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보물을 발견하고 가꾸는 힘을 배웠다. 습지에 사는 카야는 갯벌의 다양한 생물 종을 수집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최고의 습지 전문가로 성장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무리 슬프고 비참한 상황에서도 나만의 보물을 찾고 탐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나에게는 교육이고, 예술이고, 행복이고, 자아실현이다. 또한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주인공 엘리자벳이 노래하는 <나는 나만의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작은 새장 속에 갇힌 것처럼 답답한 기분이 들 때 자유를 노래한 엘리자벳의 노래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그 누구의 강요나 의무에 지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갈 자유를 꿈꾸는 노래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울 때가 있다. 삶이란 계속해서 새로운 퀘스트가 주어지는 모험과 같으니깐…


 그럴 땐 역설적이게도 그 용기에 맞서서 도전한다. 더위는 뜨거운 것으로 이긴다는 이열치열이란 말처럼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공모전 나가기, 혼자서 여행 가기,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기, 기피 업무 도맡아 하기 등 많은 걸 해냈다.


 그럼에도 극복되지 않는 게 있다. 그건 바로 공포영화 보기와 새로운 사람 만나기다. 이 두 가지는 바로 사람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다.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해서 어느 순간부터 공포영화도 너무 끔찍하고 새로운 사람도 넓고 탁 트인 공간이 아닌 곳에서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매번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곤 한다. 치료도 받고 있지만 쉽게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나는…


 결국 나는 피하는 것을 택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평생 은둔하며 살았다고 한다. 나에게도 은둔자의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왜 이런 기질이 생겨났는지 하나하나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남들이 볼 땐 답답할지 몰라도 이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나의 포근한 아지트에서 책과 음악, 영화와 함께 하겠다. 언젠가는 답답한 껍질을 깨고 왁자지껄 사람들과 떠들 날이 올까? 만약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나에게는 지금 혼자 있는 시간도 너무나 소중하니깐!


 언젠가는 혼자 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깐 식량을 비축하는 다람쥐처럼 지금은 나만의 시간을 잔뜩 비축해 놓겠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믿을 만한 누군가가 생기면 보따리를 풀고 함께이기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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