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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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은 정말로 있을까? 만약 있다면 나라는 영혼은 어디로 가게 될까? 생각해 보니 나는 참 많은 죄를 지었다. 세례 받은 후 성당에 매주 가지도 않았고, 엄마와 자주 다퉜으며, 화가 나면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런 내가 루치아 수녀님처럼, 히야친타와 프란치스코처럼 천국에 가기를 약속받을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이십 대 초반, 그 자신이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파울로 코엘료의 저서 <악마와 미스프랭>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었다.
사내는 형벌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묘사를 아랍어로 쓰인 책에서 찾아냈다. 그 책에 따르면, 육체를 벗어난 영혼은 점차 좁아지다가 마침내는 면도날처럼 가늘어지는 다리 위를 지나가야 한다. 다리 오른쪽에는 천국이, 왼쪽에는 암흑의 지하로 떨어지는 둥근 구멍들이 입을 벌리고 있다. 죽은 자의 영혼은 다리(다리가 어디를 향해 나 있는지는 책에 나와 있지 않았다)에 발을 올려놓기 전에 오른손에는 이승에서 쌓은 공덕을, 왼손에는 이승에서 저지른 죄악을 들어야 한다. 공덕이 무거우면 천국으로, 죄가 무거우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비록 죄를 지었더라도 공덕을 많이 쌓으면 천국으로 가게 된다니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악마와 미스프랭, 파울로 코엘료
그런데 오늘 이 책에서 소개한 루치아가 본 지옥에 대한 환영의 묘사를 읽으니 다시금 불안이 엄습한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땅 밑에 있을 것 같은 커다란 불바다를 보여 주셨습니다. 이 불바다 속에는 마치 투명한, 타다 남은 뜨거운 등걸불처럼 온통 새까맣거나 청동빛을 띤, 마귀들과 인간 모양을 한 영혼들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큰 불 속에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시커먼 연기와 함께 자기들 안에서 뿜어 나오는 불길에 의해 공중으로 치솟았다가는 고통과 절망의 비명과 신음 소리의 아비규환 속에서 무게나 균형도 없이 대화제 때의 불똥처럼 사방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광경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겁에 질려 벌벌 떨었습니다. / 파티마, 215쪽
지옥에 떨어질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루치아, 히야친타와 프란치스코 앞에 발현하신 성모님. 아마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비한 경험담에 더욱더 주님에 대한 신심을 다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성모 발현에 대한 루치아 수녀의 회고록이다.
루치아의 회고를 들어보면 사람들은, 심이지 어머니조차 이 세 아이들이 본 성모 발현을 믿지 않고 의심하고 조롱하고 경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고통과 희생을 통해서 성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세상을 구원하고 천국에 가고자 하는 순수하고도 순결한 영혼을 보니, 어쩌면 세상에서 받는 고통이나 희생, 고난은 주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내가 당한 고통이나 오해, 시련들은 먼지만 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삶이 두렵고 막막하고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이 생길 때, 그럴 때일수록 더욱 하느님께 의지하고 싶다. 우주와 심해처럼 세상은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이 끝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믿고 따르고 죄를 고백하면 용서해 주고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주님의 은혜를 어떻게 거부하겠는가?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인 내가 그저 답답하고 야속할 따름이다.
이 책은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미미한지, 그리고 세상은 얼마나 많은 신비로 가득한 지와 함께 천국에 가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기 위해선 더욱 신앙을 놓지 않고 죄에 대한 보속과 희생, 세상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살아가야겠다.
“너희는 많은 고통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이 너희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