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경의 동화 <가정통신문 시 쓰기 소동>
땡땡이 무늬 옷만 입어서 별명이 땡땡이인 도당당 선생님! 얌전하고 농담을 모르고 늘 무언가를 적는 모습이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공감이 갔다. 너무 조용해서일까? 땡땡이 선생님이 근무하는 비둘기 학교 아이들은 수군대다 땡땡이 선생님의 애인이 같은 학교에 있다며 근거 없는 소문을 부풀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무섭거나 험악하여 불쾌한 것이 아니라 귀여운 상상쯤으로 여겨진다. 그건 아마도 땡땡이 초등학교가 가정통신문부터 쉽고 재미있는 말로 써내며 늘 무언가 기발한 축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가정 통신문으로 캠핑은 어떠니?”
“지난달에도 했는걸요!”
“이번 가정 통신문으로 놀이공원 한 번 더 다녀오는 건 어떠니?”
“놀이공원은 지난주에도 갔는걸요!”
“이번 가정 통신문은 한 주 쉬는 건 어떠니?”
“그건 말도 안 돼요!”
“우린 모두 새로운 가정 통신문을 기다려요!”
결국 새로운 가정통신문은 도당당 선생님의 ‘시 쓰기’로 나갔다. 도당당 선생님은 절대 숙제가 아니라고 즐겨보자고 한다.
이에 비둘기초등학교 아이들과 가족들은 요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며 또는 좋아하는 소리를 녹음한 후 시를 써보기도 하고 냄새에 관한 기억과 관련된 시를 써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시를 어떻게 써? 하던 어른들도 시를 쓰는 재미에 흠뻑 빠진다. 선생님들도 시를 왜 써야 하냐며 투덜거리고 시 쓰는 어른들도 아직 많지는 않지만, 비둘기 초등학교는 온통 시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다음 두 편의 시가 마음에 들었다.
시가 쏟아진다
봄엔 꽃잎 따라
여름엔 쏟아지는 햇살 따라
가을엔 나뭇잎 따라
겨울엔 눈송이 따라
새로운 계절이 쏟아진다.
오늘은 빗소리 따라 시가 떨어진다.
하고 싶은 모든 말 해 보라고 툭,
기분 나쁜 일 털어 버리라고 툭툭,
크게 한 번 웃으라고 투두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내 마음에 닿으면
시원하게 마음을 씻으라고 한꺼번에 쏟아진다.
쏴아, 시가 쏟아진다.
사랑의 인사
너와 나는 사이좋은 참새 한 쌍.
만나기만 하면 쉬지 않고 짹짹짹.
우린 서로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아.
짹짹? 하고 물으면 짹짹! 하고,
짹짹짹? 하고 물으면 짹짹짹! 하고 답하면 돼.
아침마다 너에게 인사해야지, 평생 할 거야.
유리야, 나는 너를 짹짹해!
이 외에도 시 한 편 한 편이 맛깔나고 오감을 자극했다. 나도 가끔씩 시를 쓰기도 하는데, 영감을 얻는 데 좋은 방법을 배웠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 같은 하루하루를 조금 다르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시 낭독회가 끝나자 비둘기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어린이들, 학부모는 시 쓰기를 제안한, 세상에서 제일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도당당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된다. 시 낭독회에는 선생님의 연애에 관한 헛소문도 잠재울 첫사랑의 그녀도 함께 했다. 비둘기 초등학교는 시로써 행복한 일상을 일구어나간 것이다.
세 분의 시인, 방주현 시인, 이안 시인, 김개미 시인의 추천사를 보아도 이 동화 <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작가의 말처럼 어린이들이 시 쓰는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고 세 분의 추천사처럼 이 시를 어린이들과 시 쓰기 수업하기 전에 꼭 펼쳐봐야겠다. 아마도 시 쓰기 수업 전 어린이들은 이 책을 통해 시에 대한 부담감, 막막함을 벗어던지고 시를 그 자체로 즐기고 물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게 된다. 그건 꼭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순간이 나에게도 너무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송미경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