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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Oct 03. 2019

나의 앞날이 너무 기대가 돼!

과거를 극복하고 현재를 살며 미래로 나아가기

  언제나처럼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들고 글을 쓴다. 옆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 앞으로는 커다란 창밖으로 바깥 풍경이 보인다. 귀로는 달콤한 음악이 들려오고, 탁자 아래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퇴근 후, 나만의 힐링 시간! 당분간은 이 오후의 여유를 즐기리!

  난 참 행복한 소녀였다. 적어도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우리 집은 풍족하진 않지만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치고 박고 싸우는 그런 가정도 아니었다.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진심을 나눌 친구들이 늘 곁에 있었고 직장에서는 상도 많이 받고 여러 실적을 거두며 가끔씩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행복하게 지냈다.

곰돌이푸와 친구들처럼 행복한 일상을 보냈던 나날들

  퇴근 후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켜놓고 청소를 할 때, 간단한 재료를 준비해서 라볶이를 해먹을 때, 창문을 활짝 열고 친구와 통화할 때와 같은 매 순간순간이 참 행복했다. 비록 대학 때 심한 따돌림을 당해 동기들과는 연락을 거의 안하지만 그 일을 다 잊고 나는 현재에 집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스물일곱살 때 사건이 발생했다. 가을무렵부터 카카오톡으로 모르는 사람이 내게 욕을 해왔다. “너는 옷이 왜이렇게 촌스럽냐?” “빨리 시집이나 가라. 108배 절로도 모자라.” “전국구국민왕따 호구년아.”“ 네 결혼식에 올 사람이나 있냐? 너 친구 없잖아.” “누가 사회생활을 그따위로 하래.” “너는 리플리 증후군이야?” 이런 심한 모욕의 말과 욕설을 내게 쉴 새 없이 퍼부었다. 나는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처음에는 아래층 사는 여자로 착각하고) 몇 번 대꾸도 해보고 차단도 수차례 해봤지만 이 사람은 공격을 멈출 줄 몰랐다. 그래서 경찰서도 찾아갔지만 스토커행위는 벌금도 얼마 안 되고 생명의 위협이 없으니 포기하란 말이었다. 나는 너무 억울해서 눈물만 계속 나왔다. 

 대학 때의 일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기들이 장난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명 한 명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게 전부인데 과 동기들이 나타나서 내 거짓 신상정보를 마구 공개하며 내 욕설로 글을 도배했다. 신고하려고 글을 다시 찾자 ‘꼬투리 잡힐 까 무섭다’며 글을 잽싸게 다 삭제하고 도망간 뒤였다. 나는 대학 때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적도 있고, 부모욕까지 들먹이며 심하게 모욕을 당한 경험도 있다. 내가 말 걸면 고개를 홱 돌리고 무시하고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증오하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다른 동기에게 왜 나랑 노냐며 왕따를 사주하는 것을 바로 앞에서 목격도 했다. 그래서 동기들하고 완전히 연락을 끊고 새롭게 행복을 지어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렇게 또다시 대학 때 일을 들춰 나를 괴롭힌 것이다. 그로 인해 큰 상실감과 절망감과 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 때 시작한 것이 그림그리기와 글쓰기였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심화전공한 나는 평소 예술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는 이런 나에게 딱 어울리는 활동이었다. 그림 그리기는 배워본 적도 없었는데 강사 선생님으로부터 감각있다고 칭찬받기도 했다. 글쓰기는 따끔한 첨삭이 기다리고 있지만 독립출판으로 펴 낸 내 책을 읽고 리뷰를 달아주시는 분들, 브런치에 올린 내 글에 달리는 댓글과 라이킷 덕분에 힘이 난다. 언젠가는 정말 정식으로 내 에세이 책 한 권 출간하고 싶은 소망도 생겼다.

책과 글쓰기는 저의 소확행입니다

 나는 대학 때의 끔찍한 악몽을 이십대 후반에 재경험해서 정말 자살충동까지 일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얻었지만 지금은 많이 극복했다. 이십대 중후반에는 한창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고 결혼도 꿈꾸는 예쁜 나이다. 그 나이 때를 정체불명의 스토커에게 괴롭힘을 당했지만(그 연쇄반응으로 다른 힘든 일도 많았다)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은 많이 마음의 안정을 취하게 됐다. 앞으로는 정말로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가장 예쁜 말, 가장 예쁜 마음만을 내 가슴에 담고 싶다. 

  곧 있을 진로교육연구대회 결과도 궁금하고 앞으로 해나갈 그림책 수업도 기대가 되고 대학원 공부도 잘 해나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언제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살다보면 또 누군가에게 지독하게 괴롭힘 당하는 날이 오겠지? 그럴 땐 내 과거의 경험을 살려 다시는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그리고 미리 막기 위해서 나는 더욱더 맑고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꾸준히 열심히 사는 이유이다. 이런 나의 앞날이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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