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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30. 2023

사회성에 대한 반전

장대익 과학자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를 읽고


 도서관 사회과학 코너를 지나다가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건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장대익 과학자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2018년 6월부터 9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강연 ‘외로운 과학자의 소셜 철학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과학자답게 책 내용도 과학적 실험과 증명들로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을 재밌게 봤던지라 프롤로그에서 <빅뱅 이론>을 예시로 들어 흥미로웠다. <백빙 이론>의 셸던을 보며 킥킥거리며 천재 과학자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던 나는 실제 과학자를 만나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저자의 말에 더욱더 과학자들에 친근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부제인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란 말에 더욱 공감하며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곧 자발적 선택인 ‘고독’으로 가까워지고 싶다는 열망으로 바뀌었다.      


저는 ‘홀로 버려져 마음이 쓸쓸한 상태’로서의 그냥 외로움과 자발적 외로움인 ‘고독’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41쪽     


 ‘1장. 관계에 대하여/에서는 ‘던바의 수’를 제시하며 우리가 관계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한계를 설명한다. ‘던바의 수’는 던바 교수가 주장한 법칙으로 우리가 최대로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는 150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마당발도 아니고 인간관계가 풍족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자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보다 소중한 사람에게 더욱 집중하자는 말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평소에 내가 에세이에서 꾸준히 다짐했던 생각들이기도 하다.     


 또한, 어떤 집단에 소속되기보다 상호 느슨한 배타적인 인간관계를 많이 맺고 있었던 나로서는 ‘5장. 영향에 대하여’를 읽으며 안도하기도 했다. 폐쇄적인 집단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만, 이질적인 집단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정답에 더 근접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그 예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승부를 맞추는 집단의 성향을 알아본 서울대 실험을 소개한다.   

반면, 밀도가 높은 사람은 그의 절친들이 서로 잘 아는 사이니 다섯 명의 의견이라 해도 서로 다른 의견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극단적으로 여러분의 의사결정에 작용하는 다섯 명의 목소리가 사실상 한 목소리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밀도가 높은 사람은 그만큼 정확한 예측에 불리합니다. /본문 139쪽  

   

 무엇보다 나는 행복을 위해서는 ‘자율성’의 중요성과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깊은 울림을 받았다. 그것은 내가 몸소 경험해 온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비록 작은 조직이더라도 내 목소리를 내고 내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날개를 단 듯 더 훨훨 날아다녔다. 또한, 더 이상 남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림책 <너는 특별하단다>의 루시아처럼 어떤 별표나 점표도 붙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내가 사회성이 참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다. 내향적인 성격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사색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인간관계 트라우마의 영향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사회성이란 건, 다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배려심, 협력하는 마음, 편견 없는 태도,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회성이라는 것, 나는 어쩌면 그동안 사회성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나의 사회성을 너무 평가절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나는 집단따돌림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작가도 집단 따돌림은 범죄이며 사회적 고통이 크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상에 작고 연약하고 힘이 없어 소외된 사람들이 자신의 무력함과 피해를 자신의 잘못이나 무능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제되는 느낌이나 무리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일종의 고통입니다. 물리적 고통은 아니지만, 때로는 물리적 고통보다 더 큰 괴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배제감이나 소외감을 ‘사회적 고통’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뇌는 몸에서 피가 날 때와 투명인간이 된 느낌을 거의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본문 57쪽

    

 그리고 정말 남 눈치 보지 않는 사회, 대학, 취업, 결혼, 출산의 레이스에서 정해진 관문을 통과해야만 정상인 것처럼 보는 세태를 깨부수고 자기만의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져서 진정으로 나답게 사는 사람들로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회에서는 굳이 누가 사회성이 좋다, 나쁘다 평가할 일도 없이 오롯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협력하는 동화 같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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