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비 Sep 05. 2023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보면 좋은 드라마

Wavve 웹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


박하경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드라마.

     

‘그들은 과연 미쳐서 여행을 떠난 걸까?’

‘그대로 살다가는 미쳐버릴 거 같아서 떠난 게 아닌 걸까?’  

   

종종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나는, 후자에 공감이 갔다. 이렇게 살다가는 너무 답답하고 견딜 수 없어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기도 하고, 혼자 여행 가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 국어 교사인 박하경은 홀로 여행을 떠난다. 고등학생 국어 수업 시간,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를 가르치다가 문득 창 밖에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를 보며 여행을 꿈꾸는데... ‘바다와 나비’라는 시와 지금의 박하경의 여행과 일상이 오버랩된다는 생각이 든다.     


박하경이 첫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땅끝마을 해남의 한 절. 당일치기 템플스테이를 위해 간 곳에서 소설가 한 분을 만난다. 소설가는 자꾸만 하경에게 치근덕거리는데 혼자 이렇게 읊조린다.      


‘당일치기 여행자’

‘여행의 목적이 무엇일까? 고민이라든가 걱정이라든가 자기 안의 어떤 질문이 있으니까 멀리 이곳까지 왔을 텐데’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내 안의 질문과 묵은 체념과 스트레스를 멀리 날려버리기 정말 좋은 수단인 것 같다. 여행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도 크지만 여행을 다녀옴으로써 얻는 이익도 크다. 나는 작년 생일에 강원도 강릉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는데, 오랜만의 여행에서 꽤 크나큰 자유와 안식을 경험했다. 강릉으로 선택한 이유는 KTX가 개통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서울에서 한나절 안에 다녀오기 좋은 곳이어서이다. 여자 혼자 여행하는 데 무리 없이 안전하게 잘 다녀온 것 같다.


여행에서 먹는 음식도 꽤 큰 만족감을 주는데 하경은 절밥에서 먹는 비빔밥에 ‘별거 아닌데 왜 이렇게 맛있지?’하며 감탄한다. 이건 마치 노동 후의 새참에서 오는 즐거움과도 같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들은 다른 어떤 때 먹는 음식보다 더 꿀맛 같을 때가 있다. 나도 강릉에서 먹은 오징어순대가 너무 맛있어서 집에 가져오고 싶었다.     


박하경은 혼자 절 산속을 산책하며 이렇게 되뇐다.


‘인류가 생긴 이래 떠돌이야 언제나 어디에나 있었겠지. 문제는 항상 다른 어떤 곳을 원하고 다른 어떤 곳에 가서도 또 다른 어떤 곳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계속 헤맬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대사에는 그리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왜냐면 나는 여행지에 가면, 바로 그 여행지에 흠뻑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여행의 장소로 선택한 곳은 둘러볼 곳이 너무나 많아서 짧은 휴가기간 안에 모두 돌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더욱 여행지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또 다른 어떤 곳을 원한다는 것에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다만, 어떤 곳을 여행하고 난 후, 우리는 클리어하듯 또 다른 원하는 목적지가 생기고 새로운 여행의 장소 리스트가 추가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넓은 지구와 세상에서 아직도 못 가본 곳은 너무나도 많으니깐 말이다. 예를 들어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본 사람은 언젠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앙헬 폭포도 가보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여행의 장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누구냐인 것 같다. 박하경처럼 혼자 여행 가서 소설가든, 절의 수행원이든, 스님이든 누구든 만나서 함께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사이트가 생기는 것 같다. 혼자라면 나름대로 사색의 시간을 가져서 좋겠지만, 누군가를 만나면 그 안에서 또 얻는 깨달음이 있는 것 같다. 비록 출발은 혼자 했을지라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축복을 안겨주는 것 같다. 나는 그런 경험을 유럽 여행에서 했었다. 위험하고 나쁜 사람들도 간혹 만났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스위스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산악열차에서 추위에 떠는 내게 겉옷을 벗어주고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지구촌이라는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박하경은 한 묵언수행자와 함께 숲길을 걷고 과일을 따먹고 햇살을 느끼고, 일몰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누린다. 우리는 박하경의 그러한 행로를 같이 따라가며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낀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서 언제 그런 고요함을 누려보았는가? 조만간 템플스테이를 떠나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들으면 지성, 감성이 풍부해지는 오디오 클립 추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