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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06. 2023

삶이 그대로라면, 잘 하고 있는 거예요!

응원의 목소리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슈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잖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언제나 미래를 꿈꾸고

현재는 우울하고 슬픈 것!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들은 또다시 그리워지나니.    



 


 <박하경 여행기> 2편을 보고 나니 문득 이 시가 떠올랐다. 나태주 시인의 시선집에서 처음 알게 된 시로 삶을 긍정하고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을 울렸다. 짧은 시구의 나열만으로 삶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하여 푸시킨이 오래도록 러시아의 위대한 예술가로 남았구나 싶다.   

  

 그런데 이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2편이 내겐 푸시킨의 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짧은 30분의 러닝타임동안 ‘교사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때 나의 고민과도 맞닿아있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직업을 꿈꾸는 학생은 어떻게 지도하고 어떤 말을 해주어야할지... 나도 교사로서 박하경의 다음 대사 하나하나를 너무 궁금해하며 따라가보았다. 그리고 드라마는 바로 '이런 분이 진짜 선생님이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뭉클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2편에는 박하경의, 음악을 전공하고 싶어하며 자퇴를 고민하는 현재 제자와 미술과 행위 예술을 전공한 과거 제자 연주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하경과 과거 제자 연주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 제자의 고민에 대한 해답에도 도달하게 된다. 그건, 바로 하경이 연주의 공연에서 ‘으라파 라구라구’라고 답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낸 것처럼, 현재 제자에게 “너 작곡한 건 있어?”라고 물으며 한 걸음 다가간 것으로 꿈과 현실의 고민에서 어느 쪽으로 무게를 기울여야하는지 답이 나온 듯 하다.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처럼, 꿈꾸는 세계가 아무리 고달프고 어렵더라도, 나의 열정, 소망,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하경이 제자에게 “너는 무모한거니? 용기가 있는 거니? 뻔히 죽을 걸 알면서도 불 속으로 달려드는 불나방 같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불나방 같은 용기가, 열정이 사실은 우리를 살아있게 해주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하는 것만 같다.     



 눈시울이 붉어질만큼, 제자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하경의 응원의 목소리가 오늘도 내일도 힘겨운 투쟁을 살아갈 모든 소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에게 이렇게 용기와 위로의 존재가 되어준다면, 아무리 고단하고 힘든 현실을 전투치르듯 살아내도 달콤한 꿈같은 시간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나부터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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