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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줄탁동시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그리고 장미

<어린왕자> 책을 읽고 편지쓰기

by 루비
이 매거진은 프로젝트 수업의 일환으로, <나도 꼬마 작가!> 프로젝트 계획에 따라 꾸준히 쓴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작은 시골 학교 5학년 학생들(3명)의 글에 선생님의 첨언을 추가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고자 합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감상평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린왕자에게


어린왕자야 안녕 나는 5학년 권○○이야.

나는 네가 대단한 거 같아.

왜냐하면 마음도 착하고 장미가 말한 것처럼 마음으로 볼 수도 있잖아.

나는 마음으로 보는 게 잘 안되더라고.

그리고 보지도 못하는 상자 안에 있는 양을 좋아하는 것도 대단한 것 같아. 왜냐하면 나는 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도저히 못 참을 것 같단 말이야.

나는 너를 어디를 봐도 대단한 거 같아. 잘 지내.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 권○○



어린왕자께


안녕하세요. 저는 5학년 1반 이○○라고 합니다. 어린왕자님 장미랑 같이 잘 지내고 있죠? 어린왕자님 근데 왜 다른 도시로 가셨어요? 살던 데로 돌아가고 싶은데 비행기 조종사가 양을 그려서 그 다음에 상자 같은 거를 그렸네요. 근데 어린왕자님은 좋겠다. 안녕히 계세요.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 이○○



비행사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이 적은 어린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어요. 책을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괜찮다면 저의 말을 읽어보세요.

어린왕자와 함께 있을 때 주로 무엇을 했나요? 만약 저라면 어린왕자와 아무 이야기도 안했을 것 같아요.

근데 할아버지가 어떻게 사람이 사는 곳에 천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추락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비행기 수리를 어떻게 하신 거예요? 만약에 진짜 혼자 한거라면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당신이 쓴 어린왕자의 이야기가 이 세계에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2019년 10월 16일

- 사○○



어린왕자.jpg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와 장미





선생님의 글

고등학생 시절 3년동안 어린왕자 홈페이지를 운영했었다. 한 코너로 어린왕자에게 편지쓰기가 있었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 기억을 되살려 수업을 구성해보았는데 아이들의 편지를 읽고 나니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데 좀 더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어린왕자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릴 만큼 깊이 있는 이해가 쉽지 않기도 하다. 아이들의 편지를 읽어보니 생각보다 어린왕자의 주옥같은 메시지가 아이들에게 가슴 깊이 전해진 것 같지는 않다. 다음에 또 이와 비슷한 수업을 한다면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데 좀 더 긴 시간을 할애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마냥 아쉽기만 한 건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잠시잠깐이나마 어린왕자 책과 작가 생텍쥐페리, 그 밖에 주인공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애쓴 그 시간들이 소중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또 다른 경험, 또 다른 일들을 겪어나가며 읽는 어린왕자 책은 더욱 깊이, 다르게 다가올거라 믿는다. 나는 생각의 작은 씨앗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 언젠가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겠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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