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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Dec 08. 2023

강아지 천국

창작 동화


강아지 천국


여기는 강아지 천국이에요. 한 때 지옥에 살았던 강아지가 죽고 나서 오는 곳이죠. 아니, 천사 같기만 한 강아지가 지옥에 살다니요. 맞아요. 천사 같은 강아지들도 여러 마리가 함께 모여 살면 세상이 지옥이 되기도 해요. 여기 강아지 천국의 강아지들은 한 때 세상에서 서로를 제일 미워했답니다. 편 가르기, 시샘하기, 놀려대기, 짓궂은 장난치기 등 서로에게 일부러 생채기 내는 짓을 반복했죠. 그래서 많은 상처의 눈물을 흘렸어요.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답니다. 오늘은 강아지들이 지옥에 살 때를 떠올리며 천국에서 배운 것들을 발표하는 날이에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먼저 리트리버 용맹이예요.

“안녕, 난 지옥에 살 때 내가 유기견이라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날 입양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던 시츄 순둥이를 많이 미워했지. 순둥이가 하는 말들이 많이 얄미웠어. 그래서 주인아주머니 몰래 순둥이를 몰래 물기고 하고 밀치기도 했어. 그럴수록 혹시라도 주인아주머니한테 들킬까 봐 내 마음은 조마조마했지. 그렇게 화난 마음을 다시 순둥이한테 짖어대며 풀려고 했어.”

이렇게까지 말하다가 용맹이는 흐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어요.


“그런데 천국에 와서 깨달았어. 그럴 필요가 없었구나 하고 말이야. 순둥이는 내가 모르는 상처를 안고 있었어. 그건 순둥이 엄마는 순둥이 아빠한테 버림받았단 거야. 그걸 내색하지 않으려고 순둥이는 나한테 친절했던 건데 그마저도 얄밉게만 바라봤어. 나만 아픈 게 아니라 누구나 다 조금씩 아픔이 있단 걸 지옥에 있을 땐 몰랐어. 순둥이는 나와 달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거야. 난 순둥이와 아주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지옥이 아니라 천국은 바로 내가 만드는 것이었어.”


“용맹아, 과거는 괜찮아. 솔직하지 못했던 나도 잘못이었어. 난 내 상처가 드러나면 무시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사실은 그 반대인데… 사실 나도 지옥에 있을 때 잘못한 점이 많아. 난 포메라니안 하양이를 많이 미워했어. 난 엄마아빠가 사이가 좋지 않은데 포메라니안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거든. 화목한 가정, 새하얀 털, 우아함 등이 아름답고 고귀해 보였어. 그래서 애써 부럽지 않은 척했지. 그런데 사실 나는 나도 모르게 선망하고 있었던 거야. 하양이를. 그런데 천국에 와서 깨달았어. 하양이는 스스로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대. 화목해 보이는 가정인데 사실 편하지가 않았대. 우리 가족처럼 편안하고 격의 없는 점이 부러웠대. 참 놀랍지?”

순둥이도 말을 마치자 하양이가 말을 이었어요.



“사실 나도 순둥이를 미워했어. 그러고 보니 용맹이와 나 이렇게 둘 다 미워하니 순둥이는 참 힘들었겠구나. 나는 항상 우아한 백조처럼 살아야 했어. 그건, 무거운 드레스를 입고 하루 종일 춤추는 것과 마찬가지야. 나는 그냥 편안하게 지내고 싶었어. 쉬고 싶었어. 그런데 천국에 와서야 깨달았어. 견생은 바로 꾸밈없음이라는 걸. 꾸미고 화려하게 포장하는 삶에 지쳤어. 사료에 물 한 그릇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천국에 와서야 진짜 행복이 뭔지 알게 되었어.”


하양이도 발언을 마치자 지켜보고 있던 강아지들이 일제히 환호를 했어요. 그리고 축제를 축하하는 폭죽이 여기저기서 터졌죠. 강아지들은 목청을 높여 노래했어요.



“천국이 바로 여기니라. 꾸밈없이 나를 드러내는 것. 솔직하게 가까워지는 것. 완벽한 강아지는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너와 나 친구이니라.”

그렇게 말이에요.


강아지들의 모습을 하느님이 인자하게 바라보셨어요. 천사들도 축복의 기도를 올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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