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어린 시절
어린 시절에 난 동네를 날아다녔어
두 팔을 벌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잠자리처럼 온 마을을 쏘다녔지
수박만 한 웃음을 짓고 성큼성큼 다리를 흔들고
양 갈래 머리를 휘날리며 옆집 누렁이보다
더 빨리 달리던 1990년대의 어린이
언제부턴가 마을엔 공장 매연이 자욱하고
도로엔 덤프차가 내달리고
외국인 노동자와 낯선 이웃이 늘어나면서
유년 시절의 그리움이 풍선처럼 터져
구름 저 너머로 아득해졌지
그러나 내가 자란 그 여름의 싱그러움,
옥수수밭의 황금물결, 고추밭의 붉은 너울이
내 잃어버린 추억의 기억 속 한 서랍이 되어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나에게 손짓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