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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an 01. 2024

외톨이별과 천문학자 그리고 소녀

별똥별과 바다의 탄생 이야기

외톨이별과 천문학자 그리고 소녀

- 별똥별과 바다의 탄생 이야기


이 이야기는 유성과 바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관한 전설이에요. 아주 오래된 이야기랍니다. 유성이 떨어지기 전, 바다가 생기기 전의 이야기요.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쓸쓸함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슬픔과 쓸쓸함에 지쳐있는 여러분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로부터 시작됩니다.



까만 밤이에요. 사방을 둘러봐도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밤이에요. 한쪽에서 은은한 빛과 함께 소곤소곤 말소리가 들려와요. 그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수놓아져 있어요. 저마다 자신의 밝기를 뽐내요.

“나 정말 아름답지 않니?”

“아니야, 내가 더 아름다워.”

“무슨 소리, 나처럼 우아하게 빛나는 별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서로의 눈부심에 저마다 별들이 눈짓을 찡그렸어요. 그렇게 수많은 별들이 서로를 자랑하고 있는데 유독 한 별만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별은 딱히 내세울 것이 없어 보였어요. 밝게 빛나지도 않았고, 뾰족한 모서리도, 환한 미소도 없었어요. 빛나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그렇게 초라하게 홀로 밤하늘을 지켰어요. 슬퍼 보이고 축 처져있는 어깨가 별이 얼마만큼 외로운지 알 것만 같아요. 지금이라도 당장 지구 위로 푹 꺼질 것만 같이 애처로워요.


한 밤 두 밤 지나고 세 밤이 지나고 계속 밤이 지났어요. 별은 너무 쓸쓸하고 외로웠어요. 그렇게 홀로 숨죽이던 별이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별들아, 나 너무 외로워. 나와 함께 밤하늘을 여행하지 않으련?”

하지만 별들은 대답하지 않았어요. 고개를 돌려 외면했어요.

초라한 그 별은 크고 반짝이는 눈망울에서 눈물을 흘렸어요. 이내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졌어요. 지구로 눈물 자욱이 떨어졌어요. 하얗게 하얗게.

주위에 별들이 수군거렸어요.


“저 별은 외톨이야. 가까이하지 마.”


별들은 다른 곳으로 떠났어요. 별들은 아름다운 은하수를 만들었어요. 별들이 모여 밤하늘을 유유히 흘러갔어요. 정말 아름다운 장관이었어요. 하지만 초라한 그 별 하나는 그곳에 낄 수가 없었어요.


“나도 저 별들처럼 아름답게 빛이 났으면...”


초라한 그 별은 혼자서 여행을 떠났어요. 홀로 길고 긴 밤을 지새웠어요. 한 밤 두 밤 지나고 세 밤이 지나고 계속 밤이 지났어요. 여행길은 외톨이별의 삶처럼 쉽지 않았어요. 밤하늘을 여행하면서 거대한 우주 회오리바람도 만나고 암석조각도 만났어요. 별 모서리가 조금씩 부서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때마다 자신의 모서리를 다듬고 다듬어서 눈물을 쏟아냈어요.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러워서 견디기 힘들었어요. 작은 먼지와 함께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지구로 지구로 계속해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밤하늘의 차가운 공기를 타고, 어스름한 달빛의 안내를 받으며 초라한 별은 자신의 눈물을 계속 떨구었어요. 자신을 스스로 태워가며 눈물을 흘렸어요. 뼛속 깊이 차가운 한기가 들었어요. 그럴수록 별은 더욱더 자신의 슬픔을, 눈물을 흘리며 어루만졌어요.


그렇게 흘린 눈물은 지구에 떨어져 하얗게 빛났어요. 초라하고 보잘것없던 그 별에게서 그토록 환한 빛이 났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겁을 냈어요.


“누군가 죽어서 별이 되어 떨어지는 걸 거야.”

“저 별에 가까이 가면 폭발하고 말 거야.”

“저 별은 위험해.”


모두들 두려워하고 안 좋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우주를 연구하던 천문학자가 나타났어요. 천문학자는 그 별이 타면서 떨어지는 것은 천문현상으로 별의 자연스러운 일생이라고 발표했어요. 때론 위험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전하다고 크게 겁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알려줬어요. 사람들은 그제야 안심했어요. 정말로 다시 바라보니 별이 새롭게 보였어요. 천문학자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멈칫하던 외톨이별도 다시 지구를 향해 자신의 몸을 태우며 떨어졌어요.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요. 맑고 투명한 눈물이 아름다워서일까요? 하이얀 별의 눈물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사람들이 구경 왔어요.


“별님 소원을 들어주세요.”

“별님 정말 아름다워요.”

“별님 내일도 또 와주세요.”


사람들이 은하수에 빛나던 별무리처럼 몰려들었어요. 사람들은 바닥에 누워 별을 관찰했어요. 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을 써서 신문에 올렸어요. 그 별은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에요. 그 별은 더 이상 초라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함께 하니깐요. 밝게 빛나고 있어요. 온 세상을 환히 비추었어요.


천문학자는 이 외톨이별에게 별똥별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다른 말로 유성이라고도 하지요.


몸을 태우며 지구로 떨어지는 별. 그렇게 유성은 자신을 태워서 지구의 사람들을 밝혔어요. 혼자서 위대해지는 별. 그 별은 지구에서 유명해졌어요.



지구에 사는 한 소녀가 그 별을 바라봤어요. 그 아이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아이예요. 어느 소녀들이 갖고 있는 인형도 하나 없고 겨우 하루 한 끼를 때울 정도로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했지요. 별이 떨어지던 그날 아침 유일한 소녀의 혈육인 어머니마저 하늘나라로 떠나갔어요. 소녀는 유성이 떨어진 흔적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며 쓸쓸하게 속으로 되뇌었어요.


‘저 별이 우리 어머니를 데려간 걸까? 나도 저 별처럼 밝게 빛날 수만 있다면. 그럼 더 이상 외롭지 않을 텐데...’


유성은 가슴이 아팠어요. 공교롭게도 유성이 빛을 태우며 지구로 떨어진 그날 소녀의 어머니는 지구를 떠났어요. 유성은 소녀에게 꼭 힘이 되어 주고 싶었어요. 알려주고 싶었어요. 나도 예전에는 그저 초라한 별에 지나지 않았다고. 슬픔이 너를 강하게 만들 거라고, 조금만 더 자신을 태워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는 소녀에게 윙크를 보냈어요. 자신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면서요.


하지만 소녀는 유성의 윙크를 알아채지 못했어요. 그저 혼자서 쓸쓸히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어요. 소녀는 슬프고 외로울 때면 노래를 불렀어요. 그 노래는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들렸어요. 그 노랫소리를 들은 유성은 더욱더 마음이 아팠어요. 마치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노래하는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유성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자신을 안전하다고 소개한 천문학자가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을 들었어요.


그 천문학자는 별을 연구하고 또 연구해서 별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덕분에 많은 업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죠. 별에 미친 사람이요.



천문학자와 유성은 망원경의 빛을 통해 서로의 마음의 소리를 주고받았어요. 유성은 천문학자에게 자신은 지금 한 소녀로 인해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소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어요. 천문학자는 알겠다고 했어요. 천문학자는 다음날 즉시 외톨이 소녀를 찾아갔어요. 소녀에게 가서 밤하늘에 떠 있는 별 하나가 소녀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해주었어요. 소녀는 처음엔 허름한 옷차림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는 천문학자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 천문학자는 소녀에게 이런 말을 건넸어요.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봐.”


천문학자는 돌아갔고 소녀는 유난히 자신의 눈에 들어온 별을 지긋이 바라봤어요. 천문학자의 말대로 정말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는 것만도 같았어요. 소녀는 조금씩 행복이 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날 밤 소녀는 꿈을 꾸었어요. 소녀는 꿈속에서 매우 놀랐어요. 정말로 밤에 바라본 그 별이 자신에게 나타나 말을 건넸어요. 슬픔이 너를 강하게 만들 거라고, 조금만 더 자신을 태워보라고. 소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들었어요.


그날부터였어요. 소녀는 알 수 없는 슬픔이 계속 차올랐어요.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행복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슬펐어요. 더욱 뼈저리게 혼자임을 느꼈어요. 행복하지만 슬픈 이 상태가 너무 싫어서 울었어요. 눈물을 계속 흘렸어요. 흘리고 또 흘렸어요. 그렇게 눈물을 계속 흘리자 어느덧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가 되었어요. 사람들은 그 호수를 바다라고 불렀어요. 넓고 푸른 바다였어요. 소녀는 그 바다 옆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노래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렀어요.



사람들이 신기해서 몰려왔어요. 노래를 부르며 울고 있는 소녀에게로 다가왔어요.


“네가 바다를 만들었니?”

“네.”

“너의 바다에서 함께 놀아도 되니?”

“네.”


더 이상 소녀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계속 흘린 눈물이 만들어낸 바다에서 사람들은 헤엄치고 고기를 잡으며 함께 했어요. 바다는 소녀의 눈물 속 나트륨 성분으로 짠맛이 났어요. 사람들은 그마저도 신기해하며 좋아했어요. 소녀가 만든 바다는 전 지구 사람들을 연결해 주었어요. 반목하고 싸우던 지구인들이 바다를 통해 하나가 되었어요. 소녀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유성은 이 모습을 다 지켜봤어요. 가슴이 행복으로 충만해졌어요. 슬픔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자신이 지켜본 모습을 시로 쓰고 노래했어요.


/한 소녀가 있었다네. 그 소녀 외로웠네. 그 소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네. 흘리고 흘린 눈물 어느새 바다가 되었네. 사람들이 몰려왔네. 그 소녀 더 이상 외톨이 아니야./


그 노래를 들은 은하수의 다른 별들이 몰려왔어요.


“빛나는 별아, 함께 하자!”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행복의 눈물을 흘렸어요. 은하수의 다른 별들도 눈물을 흘렸어요. 다 함께 비처럼 쏟아져 내렸어요. 유성우라고도 하지요. 지구로 지구로 계속해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별들은 그렇게 함께하게 됐어요. 사람들도 함께 하게 됐어요. 사람들은 유성우에게 페르세우스 유성우, 오리온자리 유성우, 사자자리 유성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유성우를 바라보며 달콤한 소원을 빌었어요.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면서요. 빛나는 별은 더 이상 쓸쓸하지 않았어요. 나를 태워 지구를 밝히자 사람들이 함께 했어요. 은하수 별들이 함께 했어요. 그렇게 행복한 별이 되었어요.



유성은 천문학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어요. 천문학자는 유성에게 별똥별과 소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도 되냐고 물었어요. 유성은 괜찮다고 했어요. 곧 천문학자의 책이 출판됐어요. 책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어요. 사람들은 책을 읽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요. 더 이상 천문학자에게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지도 않았어요. 천문학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연구에 매진했어요. 사랑하는 아내가 생기고 아이들도 생겼어요. 그 모습을 유성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답니다. 소녀도 마찬가지고요.


어때요? 이제 유성과 바다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았죠?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볼 때면, 여름에 해수욕하러 바다에 간다면 이 이야기를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자신의 슬픔과 쓸쓸함을 다독여주세요. 내가 슬플 때, 쓸쓸할 때, 바로 용기가 자라는 시간이라고. 두드리고 담금질하여 아름답게 빛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유성과 천문학자, 그리고 소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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